스팸메일을 예방하고 해킹·디도스 공격을 막는 컴퓨터 보안업체들이 일본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IBM이나 오라클 아이온포트 바라쿠다 등 글로벌 보안 관련 업체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일본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어 ‘소프트웨어 산업의 글로벌화’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데이터베이스(DB) 보안시장에서 해커 등의 불법 접근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은 웨어밸리는 지난해 ‘샤크라’라는 제품으로 일본시장에서 4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IBM과 오라클을 제치고 이 분야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회사는 일본시장에서 최근 3, 4년 동안 매년 두 배 이상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용 웹하드보안 소프트웨어인 ‘기가팟’(국내 제품명 ‘오피스하드)’을 앞세운 지란지교소프트는 지난해 해외 매출 25억원의 90% 이상을 일본에서 벌어들였다. 기가팟은 지난해 9월 일본의 정보기술(IT)시장 조사업체인 ITR의 조사에서 일본 웹하드보안 부문 시장점유율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시장에서 지란지교소프트는 IBM과 경쟁하고 있다.

2000년 일본시장에 진출한 윈스테크넷은 올해 1분기 매출 97억원 중 16억원을 일본시장에서 벌어들였다. 윈스테크넷의 지난해 전체 일본 내 매출은 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성장했다. 해킹 위협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침입방지시스템(IPS)이 일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시큐아이닷컴은 일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통합위협관리(UTM) 제품으로 지난해 12월 ‘300만불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일본 컴퓨터 보안시장 규모는 한국보다 7~8배가량 크다. 제품 유지·보수 비용을 높이 쳐줘 판매 단가도 높은 편이다. 다만 품질 테스트가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보안업체들은 품질관리 조직을 별도로 만들고 성능 평가에 계속 응하는 등 수년간 투자를 지속해왔다.

정길원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 국제협력팀 부장은 “국내 보안 제품은 외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며 “일본에 오랜 기간 투자했던 것이 이제서야 결실을 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시장이 한국 보안업체들의 수익원으로 확고히 자리잡으려면 품질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자체적으로 품질관리 조직을 신설하고 현지 기업들의 벤치마크테스트(BMT)에 꾸준히 참여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주 지란지교소프트 해외사업부 부장은 “가방을 예로 들면 국내에서는 겉에서 보기에 좋으면 품질 검사를 통과하는 사례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안팎을 뒤집어 보고 실밥 하나까지 따지는 꼼꼼한 스타일”이라며 “일본은 국내시장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김범 웨어밸리 전략사업본부 상무는 “국내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부분도 일본에서는 일일이 증명자료를 요구한다”며 “자체적으로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품질관리(QA)조직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