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1850 터치­…외국인이 샀다…19일 만에…돌아온걸까?
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을 좌우하는 건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이 두 달간 10조원 넘게 순매수한 지난 1~2월 코스피지수는 11.2% 급등했고 외국인 수급이 뚜렷한 방향을 보이지 않은 3~4월 코스피지수는 1950~2050의 박스권에 머물렀다. 5월 코스피지수 급락을 주도한 것도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였다. 그러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처음으로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미국계 자금 순매수 전환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인 것은 이달 들어 처음이며 지난달 30일 이후 19거래일 만이다. 외국인은 지난 25일까지 매도 우위를 지속하며 3조971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수에 기관까지 1853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코스피지수는 25.74포인트(1.41%) 오른 1849.91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851.94까지 올라 185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다음달 17일 2차 총선을 앞둔 그리스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신민당 지지율이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를 앞섰다”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에서 안도 랠리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을 팔고 나가던 미국계 자금이 순유입으로 돌아선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이 국적별 자금 동향을 집계한 결과 지난주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계 자금은 순유출을 지속했지만 미국계 자금은 454억원 순유입됐다.

○헤지펀드 매도 지속 가능성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로 돌아설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매도의 원인이 됐던 그리스 사태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을 뿐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서는 3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전 세계 주식형 펀드 자금 동향을 집계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17~23일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서 13억96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달 첫째주부터 3주 연속 순유출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대규모 환매가 일어났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흥국 주식 등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아직 강하다”고 분석했다.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주식을 계속 팔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케이맨군도 룩셈부르크 등 조세회피지역에 근거지를 둔 외국인 자금은 5월 들어서야 국내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며 “헤지펀드의 국내 주식 매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달러·유로 환율 반등 시점이 변곡점

다음달 예정된 유럽 정치 및 정책 관련 이벤트와 달러·유로 환율 흐름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다음달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를 시작으로 10일 프랑스 총선, 17일 그리스 2차 총선, 22일 4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정상회의가 열린다. ECB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거나 프랑스와 그리스 총선 이후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면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할 수 있다.

달러·유로 환율도 주요 변수다. ‘유럽 재정위기 악화→유로화 가치 하락→미국 달러화 가치 상승→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최근 외국인 주식 매도의 한 원인이었다는 점에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분석팀장은 “현재 1.25달러 선인 유로당 달러 환율이 바닥을 다진 후 반등한다면 외국인이 국내 주식 매수를 본격적으로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