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이번주 경영구조개선 이행약정서를 정부에 제출한다. 그동안 노조의 반대로 미뤄왔지만 정부의 지원 지연으로 내부 자금 운용에 차질이 생긴 데다 대외 신용도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노조는 농협 경영진이 정부와 경영구조개선 이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태도여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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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이자 대납 더 이상 안 돼”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르면 29일께 경영구조개선 이행약정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로 결정해 노조에도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고 28일 밝혔다. 농협이 농림수산식품부에 약정서를 제출하면 지난 3월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행정 절차는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정부는 3월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를 단행할 당시 부족한 자본금 5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조직과 인력 등 경영 효율화 방안을 4월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가 인력 조정과 인건비 적정화 등 인력 부문 구조조정 방안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농협과 정부 간 MOU 체결이 한 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농협 경영진이 노조의 반발에도 약정서 제출을 강행하는 이유는 정부 지원 없이 경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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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4조원 규모의 농협금융채권 발행에 소요되는 연 이자(1600억원) 5년간 지원 △정부가 보유한 1조원 상당의 산은금융지주 한국도로공사 주식 현물 출자 등 두 갈래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MOU 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같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농협은 이미 농협금융채권의 두 달치 이자 263억원을 정부 대신 지급한 상황이다. 1조원 규모의 현물 출자도 아직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돈도 돈이지만 정부 지원을 전제로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농협은행의 대외 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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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MOU 체결은 관치”

하지만 농협 경영진이 제출하겠다는 약정서 내용도 정부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다. 경영진은 시간에 쫓긴 나머지 노조가 반대하는 인력 조정과 인건비 적정화 등의 내용을 약정서에서 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인력 부문 효율화 방안은 협상이나 절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 분리에 맞는 비용 절감 구조와 적절한 인력 배치 방안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조대로 경영진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특히 경영진이 정부와 MOU 체결을 강행할 경우 3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다음달 초에 개원하는 19대 국회를 대상으로 ‘MOU 철회’를 정치 쟁점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협 노조가 속한 금융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에 지분을 갖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MOU 체결은 농협을 관치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MOU가 체결되더라도 국회를 통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노조 차원에서도 사측을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하는 등의 법적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