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한 프로그램 매물만 5조
코스피지수가 지난주 2.34% 상승하며 1824.17로 올라섰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당분간 강한 상승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유로존 리스크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지만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앞으로 최대 5조원가량 출회될 가능성이 있어 증시 반등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7일 이후 7일 연속 프로그램 순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이 기간의 프로그램 순매도는 총 2조2828억원이다.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할 때마다 프로그램 매물이 나와 지수를 하락세로 돌려놓거나 상승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프로그램 매도는 크게 차익매도와 비차익매도로 구분된다. 차익매도는 지수선물과 현물 간의 가격 차를 이용해 무위험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반면 비차익매도는 순수하게 현물 주식만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한꺼번에 팔 때 쓰는 방법이다.

지난 7일간 쏟아져나온 프로그램 매도 물량 중 비차익매도 비중은 55%, 차익매도는 45% 정도로 엇비슷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AI팀장은 “비차익매도는 향후 국내 증시의 시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라며 “최근 주식을 연일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이 주로 비차익매도 방식으로 주식을 팔았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선물과 현물 간 가격 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나올 수 있는 차익매도 잠재 물량이 4조9000억원가량이나 된다는 것이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선물 가격은 기본적으로 미래 시장에 대한 예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투자자가 미래를 불확실하게 보기 때문에 선물시장의 약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팀장도 “프로그램 차익매도 물량 때문에 증시의 ‘V자형 반등’은 당분간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