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국채시장…유럽 위기에도 '꿋꿋'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도 자금을 회수하기는커녕 우리나라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유럽의 우리나라 채권 매입은 1500억원 순투자를 기록했다. 순투자는 순매수에서 만기 상환을 제외한 순수 투자를 말한다.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다른 채권을 계속해서 사고 있다는 의미다.

재정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프랑스와 스위스 중앙은행이 대표적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달 약 2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매입한 데 이어 이달에도 조금씩 물량을 늘리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로 유명하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샀다는 것 자체가 안전자산으로 검증받았다는 의미여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포트폴리오에도 반영될 정도다.

정부 관계자는 “그만큼 우리나라 국채가 안전성과 투자가치에서 모두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헤지펀드 등이 보유 국채를 일시에 매도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유럽계 자본이 보유한 국채는 약 10조5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국고채 보유량(88조5000억원)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한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과 정부 자금이 절반가량이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계인 홍콩(1400억원) 태국(950억원) 말레이시아(720억원) 등도 이달 들어 순투자가 플러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장기 투자 측면에서 환차익과 이자수익을 함께 노린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이처럼 외국 자본이 채권시장에 계속 유입되면서 국고채는 급등하고 있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4일 이뤄진 만기 5년짜리 국고채 1조7500억원어치 입찰에 8조3700억원이 몰리면서 응찰률이 478.3%를 기록했다. 발행 물량의 5배 가까운 돈이 몰린 것이다. 국고채 응찰률은 2009년 156.7%에서 2010년 304.7%, 지난해 386.0%로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올 3월까지 459.1%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 자금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다.

이 결과 국채 금리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몸값을 높이고 있다.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들어 10bp(1bp=0.01%포인트)나 하락, 25일 연 3.35%에 거래를 마쳤다. 1월16일(3.35%) 이후 4개월여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연 3.25%)와의 격차(스프레드)는 10bp까지 좁혀졌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물에 대한 인기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5년물 금리는 지난 주말 연 3.47%로 연중 최저를 기록했고 10년물(3.73%)도 작년 9월16일(3.6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두 단계 낮추면서 한국은 일본과 신용등급이 같아졌다”며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점도 외국인 채권 투자가 늘어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서정환/이심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