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지난 3월 ‘전 세계 7대 자연경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뒤 국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습니다. 이런 강점을 활용해 제주포럼을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요즘 제주도는 새로운 전성기다. 관문인 제주공항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에서 항공기가 가장 많이 운항되는 항로로 김포~제주노선을 꼽을 정도다. 몇 년 전만 해도 떠오르던 ‘한물간 신혼관광지’ 이미지는 이미 사라졌다.

오는 31일 개막하는 제주포럼은 이런 제주도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포럼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70·사진)를 최근 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우 지사는 “제주포럼이 스위스 다보스포럼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성장속도는 빠르다”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포럼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제주포럼은 2001년 출범했으며 올해 격년제에서 매년 개최로 바뀌었다.

2002년 중국이 발빠르게 보아오포럼을 만들었지만 관 주도 성격이 강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 지사는 “제주도의 청정 이미지와 한류, K팝 같은 한국 문화를 제주포럼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올 제주포럼은 34개국 350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2박3일간 열린다. 준비된 세션만 60개가 넘는다. 우 지사는 이 가운데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특별대담을 가장 볼 만한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워즈니악 대담에 제주 청소년 300여명을 초대합니다. 행사가 끝나면 따로 사인회도 열어요. 미래 세대에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겁니다. 제주 IT산업 발전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 거고요.”

그는 7대 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 뉴세븐원더스재단과 인증식 개최 시기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감사원이 선정 과정 의혹에 대한 감사를 벌이기로 한 데 대해서는 “감사원의 자체 판단이 아니라 몇몇 시민단체의 감사청구에 따른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될 일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 지사는 7대 자연경관 선정 후 제주도의 국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중동에 갔던 경험을 들려줬다. 7대 자연경관 선정지 가운데 ‘제주도’라는 낯선 이름을 보고 호기심을 느낀 바레인 공주가 우 지사를 직접 초청한 것이다. 그는 “다음달 바레인 공주가 제주도를 방문해 의료관광 등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관선 시절을 포함해 제주지사만 5번째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처음 제주지사 임명장을 받았고, 문민정부로 정권이 바뀐 후 전국 시ㆍ도지사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화제가 됐다. 그 후 남해화학 사장과 총무처 차관을 거쳐 1998년 민선 제주지사 선거에 처음 도전해 재선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하지만 재선 2년 만에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했다. 2010년 선거에서 6년 동안의 공백을 딪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지사 취임사를 항상 책상 위에 두고 매일 한 차례씩 읽는다”고 말했다.

제주=장승규 한경비즈니스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