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금연구역 지정에 한창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에 총 321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는 도시공원 1910곳이 추가로 지정된다. 또한 2014년까지 서울시 총면적의 5분의 1가량인 9251곳이 금연구역이 될 예정이다. 흡연자는 그야말로 설 땅이 없어진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연을 강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전 사업장을 금연구역으로 정하고 금연서약서를 쓰게 하는 한편, 더 나아가 소변과 혈액검사를 통해 흡연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심지어 흡연을 하는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기업도 있다.

얼마 전 한 대기업이 신입사원 채용 시 비흡연자의 가산점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온라인상에서는 네티즌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찬성 측은 “본인의 건강은 물론 주변 동료들을 위해 금연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군 가산점도 없는데 비흡연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한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책무를 지고 있으므로 흡연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 대한민국의 소중한 주권자로서 국민이기 때문에 이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것이 오늘날 국가가 추구하는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비흡연권을 흡연권에 우선해 인정하면서도 흡연권 역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근거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두 기본권이 상충할 땐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방법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즉 필요한 경우 흡연권을 일부 제한하더라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이를 반영하듯 얼마 전 ‘금연부대’를 운영하면서 금연을 강요하던 한 부대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권한남용과 인권침해를 이유로 시정권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공리주의 완성자 존 스튜어트 밀은 공동체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할 때 사회가 행복해진다고 주장했다.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해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사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충분하게 보장되는 공동체에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 바로 문명과 야만을 구별짓는 최소한의 경계선이 되는 것이다. 흡연자를 가려내기 위해서 강제로 소변과 혈액검사가 이뤄지는 사회는 너무 야만적이지 않은가?

따라서 정부, 지자체, 기업은 흡연자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극단적 정책보다 공공장소와 사업장에 흡연구역을 설치해 흡연과 금연 공간을 철저히 분리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흡연·금연의 이분법적 사고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 아니라 상호공존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눈에 잘 띄는 곳에 흡연시설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비흡연자들을 방해하지 않고 흡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상생을 지향하는 진정한 문명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김성수 <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