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함께 구성한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다음달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는 이 기구가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걸친 정치 동맹체로 발전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당초 테러방지 등 지역협력체로 출발했지만 점차 포괄적이고도 강력한 정치 블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정상회담은 여느 때와 다른 점이 많다. 인도 등이 옵서버로, 터키와 스리랑카는 파트너로 참석하면서 창립 10년 만에 가장 많은 12개국 정상들이 자리를 함께한다. 핵실험으로 국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국제 분쟁지역 중 하나인 아프가니스탄도 여기에 끼어 있다. 리커창 중국 부총리는 이번 회담에 대해 “SCO가 경제정책의 보조를 함께하는 등 협력의 수준과 범위를 달리해야 한다”면서 SCO의 협력의 질을 높이는 것이 주요 의제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청궈핑 중국 외교부 차관은 “SCO는 앞으로 20년 안에 전통적 안보개념을 넘어서는 영구적 협력체로 확대될 것”이라며 정치 공동체적 성격을 추구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SCO는 2001년 중앙아시아 국가와 중국 러시아 등 6개 나라가 국제 테러에 공동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지역협의체다. 그러나 이미 여덟 차례에 걸친 군사훈련도 가졌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나토(NATO)를 지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아왔다. SCO가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SCO에 앞서 일본이 중심이 된 ‘태평양·섬 정상회의’가 25일부터 이틀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고, 미국이 처음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다. 확대지향적인 SCO에 대한 경고이자 반발이다. SCO는 지역의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데 그쳐야 한다. 가능하지도 않은 패권주의를 추종한다면 냉전의 회귀를 불러올 뿐임을 중국과 러시아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