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대선 승리 가능성 점쳐보니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이나 패배한 야권이나 지금은 모두 이번 총선의 표심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올 12월엔 총선보다 더 중요하다고 정치권이 여기고 있는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152석 대 127석(민주당)으로 새누리당이 이겼다. 야권연대로 함께한 통합진보당의 의석(13석)을 합하더라도 140석으로 새누리당보다 적다. 그런데 꼭 의석수만 놓고 볼 일은 아니라는 게 포인트다. 소선거구제를 채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총선에선 한 지역구에서 한 표만 이겨도 의석을 가져간다. 곳곳에 숨은 표가 많다는 얘기인데, 대선은 이 숨은 표들이 모아져 합계로 산출된다.

기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총선의 전국의 지역구 득표수를 모두 더해 본 결과 새누리당의 총선 후보가 얻은 총득표는 944만3933표였다. 민주당과 진보당이 얻은 득표는 935만4141표였다. 차이는 불과 9만 표가 안 된다는 얘기다. 유권자가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야권연대인 두 정당의 득표는 233만6803표로 새누리당(222만5675표)을 앞섰다.

득표수대로 비례대표 의원들을 뽑는 정당 투표의 결과는 더 재미있다. 정당 투표에선 새누리당(42.8%), 민주당(36.5%), 통합진보당(10.3%), 자유선진당(3.2%)순이었고 이들만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했다. 대선이 진보 대 보수의 구도로 짜이면 진보 표가 0.8% 포인트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곳은 PK(부산·울산·경남)다. TK(대구·경북)와 호남이 지역 투표 성향이 강한데, PK는 영남권에서 떨어져 야성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PK의 야당 득표율은 40% 안팎을 기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지역에서 15%, 노무현 전 대통령은 29.5%의 득표율을 올렸었다.

부산의 지역구 득표에서 새누리당은 78만4124표를 얻은 반면 민주·진보당 등 야권연대는 61만6785표를 획득했다. 새누리당 득표의 78.6% 수준이다. 울산에선 26만2250표(새누리당) 대 19만740표(야권연대), 경남에선 74만4617표(새누리당) 대 41만8331표(야권연대)로 집계됐다.

정당 투표에서도 야권연대에 표를 준 부산 유권자는 40.2%(민주 31.8% 진보 8.4%)로 51.3%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한 새누리당과 차이를 11% 포인트 정도로 좁혔다. 야권연대는 경남에서도 36.1%, 울산에서도 41.5%의 득표율을 보여 18대 21.1%, 30.8%씩보다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대선의 투표율은 국민적 관심이 커 총선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 투표율은 80.7%였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의 투표율은 70.8%였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고민도 깊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대권 후보가 없어 자칫 흥행을 못 볼 수 있어서다. 경선에서 경쟁이 사라져 본선에서 검증이 몰려올 수도 있다.

야권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벌써 대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조기 출마 선언을 시사한 데 이어 다크호스로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 등 당내 인사들도 대선 행보를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김재후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