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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수팬·강한 제품·혁신…지포 라이터 '불꽃 열정', 아웃도어에 '불' 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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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고리 부스 지포그룹 CEO

    가장 미국적인 아이콘
    병사 살린'방탄 라이터'로 유명…무료로 평생 품질보증해도 수리율 1.6% 불과 '자부심'

    철저한 현지화 전략 승리
    SNS마케팅…앱고객 2000만명, 온라인 수집가 회원만 400만명…아시아 등 신흥시장 매출 급증

    非라이터 매출 역전
    방풍라이터·손난로·가방·향수…라이프스타일컴퍼니로 변신 성공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 제대로 된 제품, 계속된 혁신이 지포(Zippo)를 떠받쳐 온 기둥이다.”

    그레고리 부스 지포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라이터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1932년 창립 이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브래드퍼드의 지포 공장에서는 오는 6월5일 창립 80주년 기념일에 5억개째 라이터를 생산할 예정이다.

    부스는 2001년부터 지포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는 시계, 향수, 남성잡화, 아웃도어 제품, 필기구 등 라이터 이외의 제품군을 강화했다. 라이터만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통해 회사 체질을 성공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흡연자가 급속히 줄면서 라이터 회사인 지포에 대한 위기론이 나왔다. 그러나 부스가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 최근엔 위기론이 쑥 들어갔다. 오히려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해 매출은 2억여달러로 전년 대비 19% 늘었다.

    그는 엔진오일 제조업체인 켄들모터오일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1999년 지포의 자회사인 W.R.케이스앤선커틀러리 사장을 거쳐 2001년 그룹 CEO로 발탁됐다. 지포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인디애나대 출신이다.


    ◆‘튼튼한 미국제품’으로 포지셔닝

    부스는 지포를 이끌면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중점을 뒀다. 지포가 주는 이미지 자체를 좋아하는 ‘팬’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포는 가문과 국가의 이름을 내걸고 제품을 만든다. 사람들이 지포 제품을 선택하면서 단순한 라이터가 아닌 ‘제대로 된 제품’을 사고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게 부스의 설명이다.

    지포는 2차대전과 베트남전쟁 때 미군 병사들에게 라이터를 공급하며 급성장했다. 내구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미군 병사가 교전 중 가슴에 총을 맞았는데 앞주머니에 있던 라이터가 총알을 막아줘 목숨을 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부스는 “지포는 제품마다 ‘평생품질보증서’를 발급해 고객들이 언제든 무료로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5억개에 육박하는 라이터 중 수리를 받은 제품은 800만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수리를 받을 확률이 1.6%에 불과한 것이 지포의 자부심이란 설명이다.

    부스는 이런 스토리와 제품 경쟁력을 브랜드 이미지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포 라이터는 세계 16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미국의 아이콘’이다. “광고 전략은 ‘믿을 수 있고 튼튼한 미국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게 마케팅을 하지만 모든 시장에서 동일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부스는 설명했다.

    음악 마케팅도 그가 즐겨 쓰는 전략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음악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강한’ ‘미국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록’ 콘서트를 많이 연다. 부스가 2007년부터 기획한 ‘지포 앙코르’ 록 콘서트는 20~30대 젊은층의 브랜드 로열티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마추어 록 밴드를 지원하고 있다.

    ◆2000종이 넘는 제품, “지포는 액세서리”

    부스는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를 고집하지만, 제품은 다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이터는 다 비슷한 제품 같지만, 각자의 취향에 맞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국가별 특성에 맞는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국내에 출시된 라이터만도 태극기가 새겨진 제품 등 2000여종에 이른다. 지포는 연예인, 영화, 스포츠 등 폭넓은 소재를 활용해 다양한 이색 한정판을 판매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부스는 “다양한 디자인을 통해 지포라이터를 하나의 패션 액세서리로 인식하게 했다”며 “이 때문에 굳이 수집가가 아니더라도 지포 라이터를 몇 개씩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부스의 현지화 전략은 세계시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가 취임한 이후 미국 외 지역 매출이 점점 늘고 있다. 취임 초기 해외비중은 20% 남짓이었지만 작년에는 60%까지 늘었다. 특히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만 매출이 작년에 29% 늘었다. 한국은 20%, 인도는 59%나 증가했다. 중국에서는 진출 초기엔 ‘짝퉁’ 때문에 고전했지만 최근엔 매년 30%씩 판매량이 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도 신경을 많이 쓴다. 20~30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부스는 “지포의 페이스북 친구는 25만명이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은 고객은 2000만명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 지포 수집가 모임인 ‘지포 컬렉터스 클럽’ 회원만도 전 세계 11개국에서 400만명에 이른다.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이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라이프 스타일 컴퍼니’가 목표

    최근 몇년간 흡연자가 줄면서 지포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위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포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포의 매출 구조는 흡연자가 줄어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스는 CEO에 취임한 뒤 라이터 이외의 다양한 제품 매출을 늘렸다. 지난해 지포 매출의 54%가 라이터 이외의 제품에서 나왔다. 이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라이터도 담배에 불을 붙이는 도구가 아닌 ‘생활용품’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부스는 “지포의 방풍 라이터(windproof lighter)는 담배만이 아니라 캠핑 등 다양한 레저 활동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며 “단기간에 라이터 판매가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스는 지포를 ‘라이프스타일 컴퍼니’로 바꿔가고 있다. 지포의 미래 모습이다. “손난로 등 아웃도어 제품과 시계 남성용 의류 가방 액세서리 향수 등 현대인이 일상 생활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포의 간판제품인 방풍 라이터의 핵심 특징인 신뢰성과 내구성을 활용하고 있다. 손난로가 대표적이다. 지포가 라이터용으로 개발한 열효율이 높은 연료를 쓰기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10배 이상의 열기를 낼 수 있다.

    부스가 그리는 20년 뒤 지포의 미래는 라이터 회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기존의 강자들과 차별화된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 지포만의 영역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20년 후면 지포는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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