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SUV '신형 M클래스' … '완벽주의' 한국계 손에서 탄생

메르세데스-벤츠가 7년 만에 한국 시장에 내놓은 '더뉴 M클래스' 신차발표회. 지난 22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신형 M클래스 만큼이나 주목받는 사람이 있었다.

프리미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형 M클래스를 디자인한 휴버트 리(39·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벤츠의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 책임자로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 이름은 이일환.

신형 M클래스가 기자단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등장한 토마스 우르바흐 벤츠코리아 대표는 "이 자리에 아주 특별한 분을 초대했다"며 그를 소개했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등장한 휴버트 리는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신형 M클래스를 종이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이 완성되는 데 걸린 시간은 12분.

휴버트 리는 "음악에 맞춰 퍼포먼스를 펼치느라 일부러 느리게 그린 것" 이라며 "평소엔 4분이면 완성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림이 완성되자 기자단 곳곳에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유창한 한국어로 신형 M클래스 곳곳의 디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나갔다. 그는 "(벤츠의) 디자이너들이 신차를 남성적이고 터프하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휴버트 리는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으로 왔다. 당시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부모의 적극적인 교육으로 한국말을 익혔다는 게 그의 설명. 서울 압구정중과 현대고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났다. 미국 동부 로드아일랜드 미대를 거쳐 자동차 디자인 최고 명문인 패서디나 아트센터(ACCD)에 들어갔다.

그는 "학창 시절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서 내 정체성을 고민한 적이 있다" 며 "결국 두 개 모두 내 정체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휴버트 리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다. 치열한 노력과 실력이 벤츠의 핵심 모델을 완성한 것. 그가 이끄는 디자인팀은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4도어 쿠페 'CLS-클래스' 2세대 모델의 디자인을 맡았다.

201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미래형 프리미엄 세단 'F800' 스타일과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F125! 리서치' 차량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부산=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