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3일 오후 3시32분 보도

하이트진로, 2000억 마련…'소맥'에 상처난 재무구조 개선
하이트진로가 재무구조 개선 프로젝트에 나섰다. 상반기 중 서울 서초동 사옥 등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2000억원대 현금을 마련, 전액 부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작년 9월 진로가 하이트맥주를 합병한 뒤 악화된 재무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주가와 실적에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해온 재무적 투자자(FI)의 풋옵션도 조만간 해소하기로 했다.

○부채비율 140% 이하로

하이트진로, 2000억 마련…'소맥'에 상처난 재무구조 개선
하이트진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핵심은 자산매각이다. 서초동 사옥은 엠플러스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의견 접근을 봤다. 사옥을 판 뒤 20년간 임대해 사용(세일즈 앤드 리스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1300억원 안팎을 마련할 수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옛 진로발렌타인) 지분 30%도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 규모는 800억~9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자산매각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하이트진로는 자산매각을 통해 들어오는 2000억여원을 모두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의 지난 3월 말 부채비율은 (K-IFRS기준) 160%에 육박한다. 부채 중에서 단기에 갚아야 하는 유동성 차입금은 전체 차입금의 60%를 넘는 8144억원에 이르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자산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부채비율이 14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디더블유 지분 매입 예정

재무 불확실성도 제거할 계획이다.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는 리얼디더블유가 보유 중인 하이트진로 주식 441만6000주(지분율 6.35%)를 사들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가격은 주당 6만2000원, 총 273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증시에서 2만원대(23일 종가 2만400원)로 살 수 있는 하이트진로 주식을 세 배나 비싸게 주고 매입하는 것은 2010년 리얼디더블유와 맺은 옵션계약 때문이다. 리얼디더블유는 이 지분을 2009년 2309억원에 취득하면서 1년 뒤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가졌다.

2010년 7월 풋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하자 리얼디더블유는 만기를 연장했다. 대신 최소보장수익률을 연복리 5.45%에서 6.48%로 높였다. 하이트진로는 2년 뒤 연복리 5.85%로 되살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추가했다.

이 콜옵션 행사 기간은 지난달 시작해 오는 7월18일 끝난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이 기간 안에 지분을 사오거나 아니면 리얼디더블유의 풋옵션을 내년 4월까지 받아줘야 한다. 콜옵션 행사 때 예상 취득가액은 2400억원으로, 풋옵션 행사로 인한 가격 2968억원에 비해 568억원 낮아 하이트진로에 그만큼 유리하다.

○유럽 맥주 수입 검토

수입맥주 등 해외 주류 판매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판매 중인 일본 기린맥주 외에 추가로 유럽 등지의 맥주회사와 수입 협상을 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와의 협상에서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주류 수입 허가가 있는 100% 자회사 하이스코트 합병도 진행 중이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에 치여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수입브랜드 확대로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맥주뿐 아니라 보드카, 사케 등으로 주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