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 익숙한 남산길 뒤엔 싱그런 문화 향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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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스포츠가 추천하는'그린 트레일'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땀을 뻘뻘 흘리는 등산이 가끔은 부담스럽게 마련. 가까운 곳에서 짙푸른 자연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코오롱스포츠의 ‘그린트레일’ 코스를 추천한다. 그린트레일은 ‘도심에서 자연을 만나는 방법’(your Best Way to Nature)을 테마로 가까운 곳에 숨겨져 있는 산책로를 소개해주는 프로젝트다.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있는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을 찾아가기 쉽게 알려준다.
그린트레일은 도심에 있는 데다 코스별 소요 시간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지난달 레저앤에서 소개한 부암동, 북촌, 상수동에 이어 두 번째로 남산과 사직동, 성북동 코스를 공개한다. 다음달 레저앤에서는 현재 코오롱스포츠가 개발 중인 중랑천, 문래동, 강동구 등의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시 발견하는 서울, 남산
서울시민이라면 한번쯤 가본 곳이 남산일 터. 서울타워까지 오른 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기분은 남산에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다. 운이 좋으면 다양한 길거리 공연이나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남산. 그 속에 숨겨진 남다른 코스를 소개한다.
지하철 충무로역 1번출구에서 시작하는 남산 코스는 대한극장 뒷골목을 돌아 얼티즌 팜카페를 거친 뒤 남산창작센터와 남산예술센터, 숭의여대, 중국대사관 영사부, 초전섬유 퀼트박물관을 지나 명동역까지 돌아나오는 길이다. 조금만 돌아보면 평소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던 명동과 남산의 익숙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산책로다.
충무로역에서 10여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얼티즌 팜카페(중구 필동3가 62-15 남산센터 3층)는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을 카페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산 농산물과 농업의 소중함을 나누자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3층에 있는 야외 옥상 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상자로 꾸며진 텃밭이 펼쳐진다. 농업에 관심있는 청년들이 직접 가꾸는 이 텃밭은 단순히 채소를 가꾸는 것만이 아니라 재배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기도 한다. 도시 농업 아카데미를 열어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공인한 사회적 기업 중 하나다. 지역 소규모 양조장에서 공수한 품질 좋은 막걸리와 600년 된 느티나무 풍경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남산 예술센터(중구 예장동 8-19)는 서울예술대학이 이사간 뒤 시민들의 창작 공간으로 꾸며진 곳이다. 서울시 후원으로 예술가를 위한 전문 공연장과 시민들을 위한 예술교육관을 마련했다. 액자형과 돌출형을 결합시킨 독특한 무대와 무대를 감싸는 둥근 계단식 객석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랑방 같은 이곳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명동역에서 지하철을 타기엔 뭔가 아쉬운 사람들에게 명동성당 사거리의 삼일로 창고극장까지 한걸음 더 옮길 것을 추천한다. 1975년 문을 연 이곳은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이다. 경영난을 겪다가 태광그룹의 도움으로 지난해 8월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순수 연극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작품성과 실험성이 강한 순수 연극을 주 1회 무대에 올리고 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2층에는 그랜드피아노가 있는 작은 카페도 마련돼 있어 산책 뒤 쉬어가기 좋다.
○고즈넉한 옛길, 사직동
최근 들어 예쁜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사직동은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한적한 산책로다.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통의동 백송터, 길담서원, 통인시장을 돌아 사직동 그가게, 매봉초등학교, 사직터널을 지나 홍난파 가옥과 서울기상관측소로 이어진다. 강북삼성병원이 나오면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 차를 마신 뒤 광화문역까지 걸어 나갈 수 있다.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 코스다.
백송터(종로구 통의동 35-3)는 한옥마을을 자주 찾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은 명소다. 대림미술관 뒤편 통의동 한옥마을 안쪽에 자리잡은 이곳은 이름 그대로 ‘소나무 터’다. 백송터의 백송은 우리나라 백송 중에서도 가장 크고 수형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1962년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됐다. 안타깝게도 1990년 여름 태풍으로 고사돼 현재는 나무 밑동만 남아 있다. 고고한 백송을 만날 순 없지만 그 백송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 심은 어린 백송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다. 고즈넉한 길을 걷다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통인시장(통인동 44)을 들러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전통시장답게 저렴한 생활용품이 즐비하다. 출출해진 배를 채워줄 소박하고 맛난 음식은 후각을 자극한다. 블로거를 통해 알려진 ‘기름 떡볶이’는 이곳의 별미. 매운 걸 잘 못먹는다면 간장떡볶이와 모둠전 순대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맛보면 된다.
시끌벅적한 시장보다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면 인문학 서적들로 빼곡하게 차 있는 길담서원을 추천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 놀이터로 꾸며져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운영하는 이곳은 인문학 강의와 저자와의 만남, 세미나, 연주회,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최대 50명가량 수용할 수 있어 단체로 예약할 때도 유용하다. 주소는 종로구 통인동 155.
○차 향기 가득한 길, 성북동
성북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부촌’이지만 골목골목 돌아보면 역사적 위인들의 생가와 미술관 성곽길 등 운치 있고 소박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한성대역 5번 출구로 나와 경신중·고교, 최순우 옛집과 간송미술관, 수연산방을 지나 심우장, 서울 성곽길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간송미술관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꺾어지면 천주교 성북동성당과 길상사로도 갈 수 있다. 간송미술관은 5월과 10월 보름 동안 일시 운영하는 곳으로,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명소다. 소박하고 낡은 공간이 주는 옛스러움은 덤이다.
수연산방(성북구 성북동 248)은 황진이와 왕자호동 등을 쓴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을 새로 고쳐 만든 전통 찻집이다. 1977년 서울시 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됐다. 이태준 작가의 외종손녀가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1930년대 결성된 문학 친목단체인 구인회의 이름을 딴 북카페가 있다. 단호박범벅 한과 등 간식거리와 함께 맛보는 차의 깊이는 이곳의 분위기에 꼭 들어맞는다.
심우장은 1933년 만해 한용운 선생이 지은 집을 고스란히 보존한 명소다. 조선총독부가 있던 곳을 등지고 집을 지었기 때문에 남향이 아닌 북향집이다.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정갈한 벽, 까만 대문이 강직했던 한용운 선생의 기개를 느끼게 해준다. 심우장 뒤편으로 돌아가면 작은 장독대가 나오는데 그 위에 올라서면 성북동 골목길과 성북동 일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심우장부터 시작하는 성북동 골목길 역시 운치 있는 산책로로 추천할 만하다. 두 명이 들어서면 꽉 찰 것 같은 좁은 골목은 주변의 근사한 집들과 대조적인 느낌을 준다. 미로 같은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시야가 탁 트인 언덕배기가 나오고 서울성곽길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돌아올 길까지 고려해 또다시 반나절을 생각해야 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그린트레일은 도심에 있는 데다 코스별 소요 시간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지난달 레저앤에서 소개한 부암동, 북촌, 상수동에 이어 두 번째로 남산과 사직동, 성북동 코스를 공개한다. 다음달 레저앤에서는 현재 코오롱스포츠가 개발 중인 중랑천, 문래동, 강동구 등의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시 발견하는 서울, 남산
서울시민이라면 한번쯤 가본 곳이 남산일 터. 서울타워까지 오른 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기분은 남산에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다. 운이 좋으면 다양한 길거리 공연이나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남산. 그 속에 숨겨진 남다른 코스를 소개한다.
지하철 충무로역 1번출구에서 시작하는 남산 코스는 대한극장 뒷골목을 돌아 얼티즌 팜카페를 거친 뒤 남산창작센터와 남산예술센터, 숭의여대, 중국대사관 영사부, 초전섬유 퀼트박물관을 지나 명동역까지 돌아나오는 길이다. 조금만 돌아보면 평소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던 명동과 남산의 익숙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산책로다.
충무로역에서 10여분 걸으면 만날 수 있는 얼티즌 팜카페(중구 필동3가 62-15 남산센터 3층)는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을 카페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산 농산물과 농업의 소중함을 나누자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3층에 있는 야외 옥상 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상자로 꾸며진 텃밭이 펼쳐진다. 농업에 관심있는 청년들이 직접 가꾸는 이 텃밭은 단순히 채소를 가꾸는 것만이 아니라 재배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하기도 한다. 도시 농업 아카데미를 열어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공인한 사회적 기업 중 하나다. 지역 소규모 양조장에서 공수한 품질 좋은 막걸리와 600년 된 느티나무 풍경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남산 예술센터(중구 예장동 8-19)는 서울예술대학이 이사간 뒤 시민들의 창작 공간으로 꾸며진 곳이다. 서울시 후원으로 예술가를 위한 전문 공연장과 시민들을 위한 예술교육관을 마련했다. 액자형과 돌출형을 결합시킨 독특한 무대와 무대를 감싸는 둥근 계단식 객석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랑방 같은 이곳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명동역에서 지하철을 타기엔 뭔가 아쉬운 사람들에게 명동성당 사거리의 삼일로 창고극장까지 한걸음 더 옮길 것을 추천한다. 1975년 문을 연 이곳은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이다. 경영난을 겪다가 태광그룹의 도움으로 지난해 8월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순수 연극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작품성과 실험성이 강한 순수 연극을 주 1회 무대에 올리고 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2층에는 그랜드피아노가 있는 작은 카페도 마련돼 있어 산책 뒤 쉬어가기 좋다.
○고즈넉한 옛길, 사직동
최근 들어 예쁜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사직동은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한적한 산책로다.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통의동 백송터, 길담서원, 통인시장을 돌아 사직동 그가게, 매봉초등학교, 사직터널을 지나 홍난파 가옥과 서울기상관측소로 이어진다. 강북삼성병원이 나오면 산 다미아노 카페에서 차를 마신 뒤 광화문역까지 걸어 나갈 수 있다.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 코스다.
백송터(종로구 통의동 35-3)는 한옥마을을 자주 찾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은 명소다. 대림미술관 뒤편 통의동 한옥마을 안쪽에 자리잡은 이곳은 이름 그대로 ‘소나무 터’다. 백송터의 백송은 우리나라 백송 중에서도 가장 크고 수형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1962년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됐다. 안타깝게도 1990년 여름 태풍으로 고사돼 현재는 나무 밑동만 남아 있다. 고고한 백송을 만날 순 없지만 그 백송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 심은 어린 백송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이다. 고즈넉한 길을 걷다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통인시장(통인동 44)을 들러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다. 전통시장답게 저렴한 생활용품이 즐비하다. 출출해진 배를 채워줄 소박하고 맛난 음식은 후각을 자극한다. 블로거를 통해 알려진 ‘기름 떡볶이’는 이곳의 별미. 매운 걸 잘 못먹는다면 간장떡볶이와 모둠전 순대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맛보면 된다.
시끌벅적한 시장보다 조용한 곳을 선호한다면 인문학 서적들로 빼곡하게 차 있는 길담서원을 추천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 놀이터로 꾸며져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운영하는 이곳은 인문학 강의와 저자와의 만남, 세미나, 연주회,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최대 50명가량 수용할 수 있어 단체로 예약할 때도 유용하다. 주소는 종로구 통인동 155.
○차 향기 가득한 길, 성북동
성북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부촌’이지만 골목골목 돌아보면 역사적 위인들의 생가와 미술관 성곽길 등 운치 있고 소박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한성대역 5번 출구로 나와 경신중·고교, 최순우 옛집과 간송미술관, 수연산방을 지나 심우장, 서울 성곽길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간송미술관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꺾어지면 천주교 성북동성당과 길상사로도 갈 수 있다. 간송미술관은 5월과 10월 보름 동안 일시 운영하는 곳으로,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명소다. 소박하고 낡은 공간이 주는 옛스러움은 덤이다.
수연산방(성북구 성북동 248)은 황진이와 왕자호동 등을 쓴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을 새로 고쳐 만든 전통 찻집이다. 1977년 서울시 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됐다. 이태준 작가의 외종손녀가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1930년대 결성된 문학 친목단체인 구인회의 이름을 딴 북카페가 있다. 단호박범벅 한과 등 간식거리와 함께 맛보는 차의 깊이는 이곳의 분위기에 꼭 들어맞는다.
심우장은 1933년 만해 한용운 선생이 지은 집을 고스란히 보존한 명소다. 조선총독부가 있던 곳을 등지고 집을 지었기 때문에 남향이 아닌 북향집이다.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정갈한 벽, 까만 대문이 강직했던 한용운 선생의 기개를 느끼게 해준다. 심우장 뒤편으로 돌아가면 작은 장독대가 나오는데 그 위에 올라서면 성북동 골목길과 성북동 일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심우장부터 시작하는 성북동 골목길 역시 운치 있는 산책로로 추천할 만하다. 두 명이 들어서면 꽉 찰 것 같은 좁은 골목은 주변의 근사한 집들과 대조적인 느낌을 준다. 미로 같은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시야가 탁 트인 언덕배기가 나오고 서울성곽길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돌아올 길까지 고려해 또다시 반나절을 생각해야 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