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발표한 새 내각에 대해 현지 정계와 전문가 그룹은 대체로 예상됐던 인사로 새 정부에서 큰 정책 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적다는 평가를 내놨다.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목소리를 적절히 반영한 균형 인사란 평가다.

눈에 띄는 변화는 장관직이 늘어난 것이다. 새 정부 조직에선 '극동 개발부 장관'과 '열린 정부 관계 장관'직이 신설됐다. 기존 보건사회개발부 장관이 보건부 장관과 노동·사회복지부 장관으로 분리되면서 19개던 장관직이 21개로 늘었다.

극동 개발부 장관은 낙후한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 개발 문제를 책임지고, 열린정부 관계 장관은 시민사회 대표 및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열린 정부'와의 협력 및 조정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 정부 관계 장관직은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터져나온 시민사회와 야권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메드베데프 총리가 대통령직 퇴임을 앞두고 창설을 지시한 '열린 정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메드베데프는 국가 중대사를 논의하고 결정하면서 정부 기관뿐 아니라 시민사회 대표 및 사회 각계 층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자는 취지에서 '열린 정부' 창설을 지시했다. 인터넷 토론과 청문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 측근과 메드베데프 총리 측근 사이의 세력 균형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고리 슈발로프가 제1부총리 자리를 지키면서 새 내각의 유일한 제1부총리가 된 것은 푸틴의 몫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질설이 나돌던 국방장관 아나톨리 세르듀코프가 유임된 것도 푸틴의 목소리가 반영된 조치란 설명이다.

반면 메드베데프 대통령 정권에서 경제문제 담당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메드베데프의 사람'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가 부총리 자리를 차지한 것은 슈발로프에 대한 대항마로 비쳐진다.

메드베데프와 갈등을 겪던 실로비키(정보기관, 군,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 인사)의 대부(代父) 이고리 세친 부총리가 축출당하고 지난해 메드베데프에 의해 쫓겨났다 이번 조각에서 복귀가 점쳐지던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이 끝내 돌아오지 않은 것도 새 총리에 대한 배려로 분석된다.

세친 부총리는 예상대로 내각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정부에서 에너지 문제를 총괄해온 그는 최근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티'의 자회사인 '로스네프테가스' 이사로 선임됐다.

국가경제의 장기전략을 책임지는 경제개발부 장관은 내각사무처 경제재무국 국장을 맡아오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가 맡았다.

전문가들은 경제 수장직 교체로 러시아의 경제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현지 회계자문회사 FBK 전략분석국 국장 이고리 니콜라예프는 "벨로우소프는 오래전부터 정부 고위직에 있던 인사로 경제 정책 변화는 없을 것" 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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