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수경(전 화계사 주지) 원타(문경 봉암사 주지) 철산(문경 대승사 선원장) 등 선원장급 수좌 10명이 22일 자승 총무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다.

성명에는 연관(봉암사 선덕) 영진(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현진(전 봉암사 선원 입승) 함현(전 봉암사 주지) 월암(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 예안·성종(선원 수좌) 스님 등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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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성명에서 “이제는 구악(舊惡)을 청산할 때가 됐다”며 “새 시대를 열기 위한 몸부림의 첫 단초로 총무원장은 현금의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혼란을 틈탄 미증유의 종단 혼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수임기구를 설치해 임무와 책임을 순조롭게 넘겨준 뒤 명예롭게 퇴진하라고 권고했다.
이들은 “현 종단 집행부는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자성과 쇄신을 외쳤으나 누가 자성해야 할 주체이며 누구를 위한 쇄신의 강요냐”며 “자승 총무원장이 진정으로 자성과 쇄신을 추진하고자 했다면 자신부터 실천하라”고 말했다. 최근 각종 폭로 내용과의 연루 여부를 직접 밝히라는 얘기다.

또 수임기구를 통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일체의 논란과 의혹을 명백히 밝히고 율장과 종법에 따라 처리할 것, 사찰 재정 공개 및 사찰운영위원회 활성화를 통해 사찰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조계종 선원수좌회 전체가 나선 것은 아니지만 선원장급 수좌들의 성명 발표와 총무원장 퇴진 요구가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2년 전 문수 스님의 분신 사망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잠적했던 전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이 성명에 동참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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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성명 발표가 향후 사태를 수습과 확산 중 어디로 몰고갈지는 불투명하다. 방향은 부처님 오신날 이후 추가 폭로가 이어질지, 그 내용은 뭔지에 달렸다.

조계종은 이날 문경 봉암사에서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제3차 자문위원회를 열고 출가자는 수행과 교화, 재가자는 운영과 신행을 담당하는 체계를 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부작용을 낳는 종책모임(계파) 해산, 소욕지족의 생활문화 제도화, 율장과 청규 정신을 근간으로 한 종헌·종법 완성, 사부대중 공동체 체계 확립 등을 종단 쇄신의 기본원칙으로 천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원로의원인 고우 스님을 비롯해 적명 혜국 지안 혜남 등 선승과 학승, 자승 총무원장과 결사추진위원장 도법 스님 등이 참석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