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오비맥주, 시장점유율 1위 다툼에 대학 축제도 앞다퉈 협찬
앞치마부터 연예인 섭외까지 지원…과당 경쟁에 철수 통보 받기도
돈 내고 술 마시면 바보?…하이트ㆍ오비 캠퍼스에 '물량공세'
하이트맥주와 카스의 경쟁이 대학가로 옮겨붙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서울 주요 대학가 축제에 공연할 연예인 섭외까지 대신해주는 등 최고 1500만~2000만 원 규모로 행사를 협찬하고 있다. 이달 대학가에 퍼부은 돈이 1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건국대, 연세대 등 3개 대학에 주막 현수막, 메뉴판, 앞치마 등을 제공했다. 캠퍼스에서 클럽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DJ 장비와 공연팀 지원, 에어볼 제작 등 다양한 물품까지 지원했다. 오비맥주는 4~5개 대학에 주막, 콘서트 등을 지원했다. 두 업체가 3~5개 대학 축제에 지원하는 비용을 다 합치면 1억2000만~1억6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의 대학가 물량 공세는 '하이트맥주'와 '카스'의 타깃층인 20대와 직접 접촉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대학 축제 지원으로 뚜렷한 매출 증대 효과를 보긴 힘들지만 20·30대 타깃층과 직접 접촉해 제품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홍보를 위한 것이라지만 올해 협찬 금액은 지난해보다 2배 가량 급증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점유율 1%포인트를 놓고 맥주시장 1위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면서 대학가 지원금액도 단위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1%포인트로 1위와 2위로 갈리니 업체들이 더욱 치열하게 마케팅 경쟁을 한다" 며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는 대표 제품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대학 축제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15년 만에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정상에 올라섰다. 오비맥주(50.5%)의 시장점유율은 하이트진로(49.5%)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맥주 회사들이 캠퍼스에 지나친 물량공세를 퍼붓다보니 대학 축제 분위기를 흐린 일도 있었다. 지난 15일 건국대 축제에서는 양사가 같은 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다 총학으로부터 철수 통지를 받았다. 오비맥주는 캠퍼스 내 행사 부스를 마련해 노브레인, DJ DOC, 카피머신 등 공연할 연예인을 섭외하고 행사 물품을 제공했다.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가 개최한 행사가 끝난 밤 10시 같은 장소에 행사장을 설치하다 경쟁이 촉발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 측 행사가 끝나자마다 같은 자리에 하이트진로 행사장이 들어섰다" 며 "하이트진로를 의식해 마케팅 부서에서 축제 지원 대학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총학 측은 "당초 외부업체를 들일 생각이 없었는데 양사에서 먼저 행사 지원 제안을 해왔다" 면서 "축제 당일 행사부스와 관련된 양쪽의 요구사항들 때문에 철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업체는 지난 3월 톱모델 경쟁에도 나섰다. 오비맥주가 카스의 모델로 탤런트 김수현을 발탁하자 하루 만에 하이트진로도 하이트맥주 모델로 김연아 선수를 선정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