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매우 예민한 기관이라 자극을 쉽게 받고 노화도 가장 먼저 진행된다. 눈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시력은 ‘망막’의 건강 여부에 달려 있다.

망막에는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세포가 밀집돼 있어 한번 손상이 일어나면 실명될 위험이 매우 크다. 실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3대 망막질환으로는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정맥폐쇄증을 꼽을 수 있다.

황반변성은 노화가 주요 원인이다. 사물이 휘어지고 구부러져 보이다가 시야 중앙에 암점이 가려 결국 실명하게 되는 대표적인 안질환이다. 서양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층의 실명 원인 질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발병률이 늘어나 65세 이상 고령 인구 7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약 70만명이 황반변성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되는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고혈당으로 인해 망막 내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발병한다. 평소에 혈당 관리를 잘 하는 환자라도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미국 위스콘신주의 역학 조사에 의하면 당뇨를 5년 이하 앓은 환자의 28.8%에서 당뇨망막병증이 일어났다. 15년 이상 앓은 환자에서는 78%가 당뇨망막병증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의 ‘중풍’이라고 불리는 망막정맥폐쇄증은 망막의 혈관이 막혀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다. 특히 망막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각종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혈액이 정맥에서 막혀 출혈이 일어나는 경우 실명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이다.

망막질환들이 더 위험한 이유는 병이 진행되고 있어도 초기 단계에는 환자가 스스로 느끼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시야가 침침해도 노안으로 오인해 쉽게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병을 키우게 된다. 그러다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에 변성이나 부종이 발생해 시력 저하를 느낄 정도면 병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이미 늦다.


최근에는 간단한 치료 과정으로 시력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 치료법이 등장해 망막 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주사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가 대표적이다.

습성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망막정맥폐쇄성 황반부종 등 세 가지 실명 원인 망막질환 모두에 적용 가능하다. 안구에 직접 주사하는 루센티스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라는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망막 내에서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는 것을 막아 시력 저하를 막고 나아가 시력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의학계에 따르면 루센티스로 치료한 습성황반변성 환자의 95%가 시력을 유지했으며, 40% 이상의 환자에서는 시력 회복의 결과가 나타났다. 루센티스는 세계적인 과학전문잡지 ‘사이언스’지가 발표한 2006년 10대 혁신 제품의 하나로 의약품 분야에서 선정되기도 했다.

루센티스는 한국을 포함해 80여개 국가에서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의 치료제로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다. 30개국이 넘는 국가에서는 당뇨병성 황반부종으로 인한 시력손상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지난 1월에는 망막정맥폐쇄성 황반부종으로 인한 시력손상 치료제로 국내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