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옛 당권파가 20일 신주류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맞서 ‘당원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당원비대위는 당초 지난 17일 출범을 예고했지만 시·도별 모집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늦춰졌다. 진보당이 ‘한 지붕 두 비대위’ 체제가 됨에 따라 신주류와 옛 당권파 간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장에 선임된 오병윤 당선자(광주 서을)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에게 있다”며 “당원비대위를 중심으로 진실을 규명해 당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허위와 날조로 가공된 진상조사보고서를 반드시 폐기해 당과 당원의 치욕과 누명을 벗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도 억울한 당원”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이석기 비대위’가 출범한 셈이다. 지난해 12월27일 입당한 이 당선자는 당원 자격을 얻은 지 3개월(당비 3만원)도 안 돼 내부 인사 몫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그는 이제 당원비대위의 비호를 받게 된 것이다. 당원비대위는 오는 6월 말 전당대회를 통해 차기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옛 당권파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 진상조사특위 활동 및 전당대회 준비 감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유선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 집행위원장을, 김미희 당선자(경기 성남중원)가 당원비대위 대변인을 맡았다.

혁신비대위가 21일 오전 10시까지로 비례대표 경선 후보자의 사퇴 시한을 정했지만 이·김 당선자를 비롯한 4명의 옛 당권파 후보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정미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20일 “진보당의 대표기구는 14일 중앙위 결정에 따라 구성된 혁신비대위이며 강기갑 위원장이 당을 대표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재야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2013ㆍ승리2012 원탁회의’는 이날 오후 정동의 한 식당에서 강 위원장과 만나 “국민의 요구는 머뭇거리지 않고 과감하게 쇄신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혁신비대위에 힘을 실어줬다. 원탁회의는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옛 당권파를 겨냥해 “기득권을 더 내려놓고 희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