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은 20일 최근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이 이탈하고 있지만 유럽 기관의 경우 개인과 달리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어 추가적인 이탈 규모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 리스크로 지난달 이후 신흥국 증시에서 52억달러가 순유출됐는데, 이는 2010년 이후 진행된 신흥국 증시의 자금 대량 유출 사태 총 6번 중 규모와 강도에 있어 네번째로 강한 것"이라면서도 "유럽계 투자자중 기관은 개인과 달리 한국 주식에 대한 자금 집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3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절반 이상이 유럽계 자금이란 점에서 이번 외국인 매도는 유럽계 자금의 향배가 중요하다고 이 팀장은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 유입되는 자금을 펀드 소재지 및 투자 주체별로 구분한 결과, 유럽계 펀드 자금 중 개인자금은 4월 이후 지속적으로 환매에 나서고 있지만 기관은 오히려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초 신흥국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 유럽계 기관이 개인 투자자와 함께 한국을 매도했던 흐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유럽 기관이 한국 주식을 매도할 당시에는 신흥국 주식형 운용규모(AUM) 중 최소 4% 이상이 환매됐는데, 이번 유럽 기관 동향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국내 증시의 추가 이탈 금액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외국인 매도 주도 세력이 유럽계지만 개인 대비 월등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계 기관이 환매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대량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