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우려까지 부각되며 1% 넘게 하락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6.06포인트(1.24%) 하락한 1만2442.49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9.94포인트(1.51%) 빠진 1304.86을, 나스닥 종합지수는 60.35포인트(2.10%) 내린 2813.69를 기록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닷새 동안, 나스닥 지수는 나흘 연속 약세를 나타냈다.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으로 재정 위기 우려가 확산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카탈루냐와 무르샤 등 스페인 4개 지방 정부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무디스가 1주일 내에 스페인 21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릴 것으로 보도된 점도 악재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무디스가 실제 신용등급 강등을 발표하면 이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스페인 금융권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페인 3위 은행으로,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진 방키아에서는 대규모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방키아의 고객들이 10억유로(13억달러)에 이르는 예금을 이미 인출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도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6.34%까지 상승했다. 발행시장에서도 스페인 재무부가 3년과 4년 만기국채를 목표치 보다 많은 25억유로 어치 발행했지만 낙찰금리가 크게 뛰어 우려를 키웠다. 3년만기 국채 낙찰금리는 4.375%로 지난달 기록했던 2.89%보다 두 배 가량 올랐고, 4년만기 국채 금리 역시 5.106%를 기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피치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종전 ‘B-’에서 ‘CCC’로 한 단계 강등했다. 지난 3월 그리스가 민간 채권단과의 국채교환 프로그램 협상 타결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겨 신용등급을 ‘B-’로 상향 조정한 이후 두 달만에 다시 등급을 내린 것이다.

피치는 총선 이후 그리스 정치권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사실을 언급하며, 만약 내달 17일 치러지는 2차 총선에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요구하는 긴축을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승리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지표도 기대에 못 미쳤다. 미국 컨퍼런스보드는 미국의 4월 경기선행지수가 전달보다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의 사전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4월 경기선행지수가 전달 대비 0.1%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도 전달에 비해 악화됐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은 이달 필라델피아 제조업 경기지수가 -5.8을 기록해 전달의 7.5를 크게 밑돌았다고 전했다. 시장 예상치(10)도 크게 하회했다.

개장 전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와 동일한 37만건으로 발표됐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36만5000건을 웃도는 수치다.

종목별로 최근 파생상품 투자 실패로 거액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JP모간이 4.31% 하락했다. JP모간 측은 당초 손실 규모가 20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손실액이 약 1주일만에 50%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건설기계장비업체인 캐터필러는 경기 둔화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4.42% 하락했다.

반면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1분기 실적 개선 발표에 힘입어 주가가 4.21% 상승했다. 월마트 측은 오는 2분기에도 순이익과 매출 규모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내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대비 25센트(0.3%) 내린 배럴당 92.5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