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엘피다메모리 모바일 D램 채용량 증가에 따른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6일 애플이 파산 보호 신청 중인 엘피다의 히로시마 라인 모바일 D램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선주문했다고 대만 디지타임즈가 보도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가 무려 6.2%, 8.9%나 하락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일 주가 폭락이 이 뉴스 때문 만은 아니지만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상당 부분 시장의 오해에 의한 과도한 주가 하락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송 애널리스트는 "이미 애플 모바일 D램 수요량의 50% 가량을 엘피다가 공급 중이었으므로 향후 애플이 히로시마 라인 생산량의 반을 가져갈 것이라는 뉴스는 기존의 주문 비중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이것이 새삼스럽게 악재로 부각된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애플의 요구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에 대응을 안하고 있는 반면에 현금이 급한 엘피다는 PC D램보다는 모바일 D램의 수익성이 그나마 좋으므로 애플의 지나친 단가 요구를 받아 드리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애플로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부품 공급 업체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과 같다며 애플이 NAND, 모바일 D램의 최대 고객이므로 애플향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안정성 측면에서는 좋지만 워낙 판매 단가가 낮으므로 이익률에서는 사실 큰 손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타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만 있다면 애플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이 공급 업체 입장에서는 오히려 득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NAND 주문 물량을 축소시키자 NAND 생산량을 줄이고 이익률이 좋은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을 증가시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송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NAND 생산 축소로 올해 하반기에 애플이 NAND 확보에 애를 먹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의 엘피다 주문 증가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애플향 매출 비중이 축소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애플 외 판매처만 확보된다면 한국 업체들에게 오히려 이익률이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애플이 모바일 D램에 대한 삼성전자 의존도를 이미 상당히 축소시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1분기 모바일 D램 시장점유율은 전분기의 53.5%에서 70.9%로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엘피다에 앞서 30나노급 미세공정에서 모바일 D램 양산을 본격 시작한데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크게 증가해 자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건에 따라 엘피다의 파산 보호 신청 효과가 사라질 수 있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엘피다의 생산 설비를 동일 D램 업체인 마이크론이 가져가면 어차피 엘피다의 설비는 그대로 살아남게 되어있다며 따라서 변하는 것은 없으며 애플이 초저가 구매 정책을 유지하고 원가면에서 크게 불리한 마이크론 엘피다가 애플향 매출 비중을 더욱 올린다면 향후 동사 이익률은 점점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