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를 달리는 마라톤. 뛰어본 사람이면 알지만 마라톤을 완주하는 데 최대 적은 오버페이스다. 옆에서 예쁜 아가씨가 쌩쌩 달린다고 자신의 체력을 생각하지 않은 채 뒤따라갔다가는 하프 지점을 지나면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워진다. 32㎞ 지점이나 35㎞ 지점 이후 막판 스퍼트를 하기 위해선 체력을 최대한 비축해야 한다.

마라톤이 절제와 끈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요즘 재테크와 닮은 꼴이 많다. 사촌이 아파트를 사서 큰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리하게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사례는 오버 페이스의 전형이다. 요즘은 주식과 부동산 은행예금 등 재테크를 통해 얻는 수익이 예전보다 줄어든 ‘수익 다운사이징’ 시대다. 예전처럼 한 방으로 큰 돈을 벌겠다며 100m시합하듯 뛰었다가는 쫄딱 망하기 십상이다.

재테크의 단거리 시대가 가고 장거리 경주시대가 온 것이다. 1~2년 안에 눈덩이처럼 돈을 크게 굴릴 생각을 버려야 한다.10년 이상~최대 50년 정도의 계획을 짜고 은퇴 이후까지를 생각하면서 연금,보험까지 들어야 한다.

마라톤을 뛰려면 한 달에 100~200㎞를 훈련하면서 주력(走力)을 키워야 한다. 무릎 등의 부상을 막으려면 연습이 그만큼 중요하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독학을 통해 공부하든, 각종 아카데미를 찾아가 전문가로부터 코칭을 받든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실전인 마라톤대회에 나갈 때는 뛰기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과 워밍업이 필요하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를 하려면 가벼운 종목을 통해 몸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매수와 매도시기 등의 직관능력을 연마할 수 있다.

본격적인 재테크 레이스에 나섰다면 냉철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대통령선거 관련 주식과 같은 테마주식에 부화뇌동해서 따라갔다가는 패가 망신한다. 증시가 요동친다고 해서 무절제한 손절매와 추격매수에 나섰다가는 자신이 세운 수익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마라톤에서 최대 고비는 32㎞ 이후 찾아온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골인지점의 환희를 상상하고 달려야 한다.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고, 자신이 사놓은 주식의 가격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더라도, 투자대상의 내용에 큰 문제가 없다면 42.195㎞ 피니시 라인을 넘어 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하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