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 서울 본사의 경영진이 수시로 불려가고 있다. 3년여 만에 강성 노동조합(위원장 문용문)이 다시 들어선 이후 ‘노사협의’ 등을 이유로 이들을 호출하는 빈도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에 바쁜 경영진이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을 놓고 연중 노사협상에 매달려야 할 처지다.

노조는 올해가 임금협상만 벌이는 연도인데도 임금 인상안 외에 △정년 연장(만 60세)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간 2교대의 연내 전환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 원상 회복 등 요구안을 최근 잇따라 내놨다. 이 요구안들은 격년 단위로 진행하는 단체협상 성격의 사안들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노조 요구안에 단기간에 협의를 끝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정치적 이슈가 적지 않아 자칫 협상만 계속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될까 우려된다”며 “글로벌 톱5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가 언제까지 이런 고비용 교섭 구조를 유지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지루하게 이어질 협상(협의)과정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주요 임원들이 모두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조는 협상 때마다 평균 25명에서 30여명씩의 교섭위원을 정하고 회사 측에도 이 정도로 교섭위원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에는 노조 측 29명, 회사 측 30명 등 모두 59명의 교섭위원이 정해졌다. 회사 측 교섭위원으로는 울산의 노사협력 분야 간부 외에 윤갑한 부사장과 1~5공장의 공장장 등 울산공장의 전 부서 임원진에다 서울 본사의 생산기획·사업기획·서비스 분야 임원진, 아산·전주공장의 이사급 지원실장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