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7일 오전 9시31분 보도

김상훈 한국CFO협회장(70·사진)은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것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며 “국내 상장사들은 CFO를 등기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정식 멤버로 구성하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최근 윤주화 삼성전자 사장, 조석제 LG화학 사장처럼 ‘사장급 CFO’가 속출하는 등 국내 CFO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국민은행장, 국민은행 이사회의장 등을 지낸 김 회장은 2004년 9월부터 한국CFO협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CFO가 정식 등기이사로 이사회 구성원이 되면 그 회사는 투명성과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재무 상황에 가장 밝은 CFO가 이사회 멤버로서 책임감을 갖고 사외이사 등 다른 이사들에게 경영 상황 및 전략을 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는 회사 경영 전반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대주주나 CEO(최고경영자)가 잘못된 경영판단을 내리더라도 이를 견제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미국 상장기업의 거의 대부분이 CEO와 CFO를 나란히 이사회 멤버로 구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반면 국내 상장기업들은 CEO나 상근감사 등을 주로 등기이사로 선임하고 CFO는 집행임원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CFO의 역할에 대해선 “회계, 자금, 리스크 관리, 경영전략·기획의 네 가지 실무를 모두 총괄하는 자리”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들 네 가지 역할 중 CFO가 중점을 둬야 할 것은 시대별 경영환경에 따라 변한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는 지금은 성장전략가로서 CFO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CFO 관련 기업 직제는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곤 아직 성공적으로 정착된 단계는 아니다”고 그는 진단했다. CFO협회가 국내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사 18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가총액 상위 300개 정도만 재무관리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으로 불리는 CFO를 두고 회계, 자금, 리스크 관리, 경영전략·기획 등 네 가지 업무를 모두 총괄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각 사업부가 각각 분리돼 있을 경우 회사 경영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채 근시안적으로 흐르고 문제 징후가 발생해도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CFO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만큼 기업들은 CFO 육성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