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新 '부자 DNA'는 감성코드를 좋아하죠"
[책마을] "新 '부자 DNA'는 감성코드를 좋아하죠"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000억원 안팎의 주식 부자다. 국내에 뛰어난 프로듀서들이 많지만 이들만큼 재산은 없다. 두 연예인 주식부자의 공통점은 잘나가는 개인으로서 일하지 않고 회사라는 시스템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회사 안에 사람을 모아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가치를 쌓았다. 자본시장은 이들의 스타성이 아니라 회사 안에 축적한 가치를 인정했다. 현재가치뿐 아니라 미래가치까지 평가했다. 말하자면 자본시장과의 소통과 교감이 없었더라면 지금 수준의 부자가 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새로운 부자코드》(위즈덤하우스)는 국내 콘텐츠 투자 업계 1인자인 김현우 리딩인베스트먼트 대표(47)가 이 시대에 돈을 벌려면 자본시장의 흐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 경영서다. 김 대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상펀드를 운용하며 ‘괴물’ 등 80여편의 영화에 투자했고 3D애니메이션 ‘다이노 타임’을 오는 10월 미국시장에서 2500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하기로 계약했다.

김 대표는 “이수만 회장과 양현석 대표가 소녀시대와 빅뱅을 통해서만 돈을 벌려고 했다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큰 부를 이루는 데 실패했을 것”이라며 “자본시장과 소통하면서 미래의 가치를 앞당겨 가져왔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이 2조원에 가까운 재산을 일군 것도 ‘리니지’란 대박 게임과 함께 자본시장의 지원을 얻은 결과였다. 사업의 성패에는 자본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책마을] "新 '부자 DNA'는 감성코드를 좋아하죠"
“한국 경제를 이끄는 중심축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이동했어요. 은행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캐피털마켓에 다른 참가자들이 활발하게 진입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돈이 움직이게 된 거죠.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새로운 부자 코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 대표는 기업가 정신에도 변화가 왔다고 지적했다. 자기 사업에만 몰두해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챙겨주는, 전통적인 기업가 정신은 한계에 부닥쳤다.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자금 흐름을 읽어내는 일은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콘텐츠 업계에서 10여 년간 투자사를 운영해보니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콘텐츠 업체 사장들은 크리에이티브에만 집중하지 돈의 흐름에는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부도 얻을 수 없었다. 상대 출신인 김 대표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경영관련 사항들을 전혀 모르는 사장들도 많았다. 그것이 책을 쓴 동기였다.

“자본시장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담았습니다. 특히 인문학부나 공대를 나와 재무분야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볼 만할 겁니다. 창업과 취업을 꿈꾸지만 현장 경제를 모르는 학생, 은퇴 후 자기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이 책의 인세 전부를 청년창업 자금으로 기탁할 생각입니다.”

문외한들을 겨냥한 입문서이니 만큼 쉽게 썼다고 했다. 가상의 드라마로 주요 개념들을 설명하거나 실제 사례를 인용했다. 가령 SK그룹이 주총장에서 소버린과 대결한 실례를 통해 이사회와 주총의 관계를 설명한다. 창업 시 자본을 모으고 지분율을 정하는 방법, 증자 시 지분율 조정과 거쳐야 할 절차 등은 가상의 드라마로 제시한다.

회사의 가치를 매기는 방법과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관은 왜 중요한지도 알려준다. 벤처 투자를 하는 방법, M&A를 해야 하는 이유 등도 소개한다. 또 캐피털 시장의 다양한 참가자들을 살펴보고 펀드는 어떻게 결성하고 운영하는지 가르쳐준다.

김 대표는 금융자본주의가 지식사회를 지나 감성사회와 결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펀드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 등에 투자하는 게 일상화된 것도 그 증거다. K팝 업체들이 예전에는 10억~20억원으로 국내 시장을 겨냥했지만 이제는 자본시장에서 100억~200억원을 조달해 세계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돈의 흐름을 이해해 4년 전에 SM 주식을 샀더라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 신문들을 살펴보면 K팝 붐을 예고하고 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자 기회를 놓친 뒤에야 후회합니다. 찬스를 파고들어야지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