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2월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원어치를 순매수해 코스피지수 랠리를 주도했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는 연일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국내 기관과 개인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떠안고 있지만 주가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 관련 불확실성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도를 지속하는 한 코스피지수 역시 큰 폭으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계, 이달 1조4000억원 순매도

외국인은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0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해 11월10일(5048억원) 이후 최대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하루도 빠짐없이 11거래일째 매도 우위를 지속하면서 2조6787억원을 순매도했다. 2009년 2월10일~3월4일(17거래일) 이후 최장 기간 연속 순매도다.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매도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58.43포인트(3.08%) 급락한 1840.53으로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유럽계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유럽 재정위기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자 유럽계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유럽계 외국인은 1조4283억원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국가별로는 영국계 자금이 8296억원 빠져나갔고 룩셈부르크(3004억원)와 프랑스(2493억원) 자금도 순매도 규모가 컸다. 미국계 자금은 5085억원 순유출됐다.

◆전 업종에 걸쳐 매도세

최근 외국인은 업종과 종목을 가리지 않고 국내 주식을 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2131억원어치 순매도해 가장 많이 팔았고 LG화학(4191억원) 포스코(1062억원) KB금융(1059억원) 한국전력(1036억원)등도 대규모로 처분했다.

외국인은 현대모비스 기아차 만도 등 자동차 및 부품주와 SK텔레콤 KT&G 등 고배당주를 사들이고 있지만 순매수 규모는 100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다. 한치환 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현재 외국인은 한국시장 비중 자체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일단락된 후에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까지 매도 지속 전망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리스가 다음달 재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기 전까지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더구나 유럽 은행들은 다음달 말까지 1000억유로 규모의 자본 확충을 마무리해야 돼 해외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계속 거둬들일 가능성이 높다.

유럽 재정위기 외에 미국과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분석팀장은 “중국 경기 둔화는 아시아 신흥국 증시 전반에서 외국인 자금을 이탈시키는 요인”이라며 “유럽과 미국계 자금이 동반 유출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를 고비로 외국인 자금 흐름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말과 다음달 초는 국내 기업 2분기 실적의 윤곽이 드러나고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나오는 시점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미국 고용지표가 개선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