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34) 기대 인플레이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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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등장하는 개념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1년 혹은 더 긴 기간 후에 물가상승률이 어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뜻하는 용어다. 낯설긴 해도 기대 인플레이션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소비와 투자 같은 중요한 거시경제 변수가 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기대 인플레이션은 금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리와 소비·투자의 관계를 보자. 금리가 높다면 소비자들은 당장의 소비를 참고 저축을 했다가 나중에 소비를 할 것이다.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금리가 높으면 생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은행에 맡겨놓고 높은 이자를 받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결국 지금의 소비와 투자를 결정하는데 금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금리는 실질금리라야 한다. 본래 이자는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가치로 따지면 지급된 금액에 못 미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연 5%의 이자로 100만원을 예금해 놓았는데 물가가 3%나 올랐다면 실제로 이자는 2% 밖에 안 된다. 1년 전에 100만원을 주고 살 수 있었던 물건을 이제는 103만원을 주고 사야 돼 105만원을 받더라도 같은 물건을 사고 남는 것은 2만원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즉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와 생산자는 소비와 투자를 지금 시점에서 결정해야 한다. 1년 후에 실현된 물가상승률을 가지고 계산한 실질금리를 보고,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가서 소비와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소비와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명목금리에서 1년 후에 예상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뺀 실질금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매우 중요한 개념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물가에 대한 예상이 사람마다 다르다는데 있다. 따라서 실질금리는 객관적인 수준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경제정책 당국에서는 그나마 큰 표본을 뽑아 설문조사를 함으로써 기대 인플레이션을 얼추 제시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 매월 소비자동향조사를 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사 발표한다. 그런데 10년 만에 이 조사방법을 수정하려고 한다. 일각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갖는 심리적 효과 때문에 당국이 손을 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왕 수정작업을 한다면 보다 객관적 기준에 근거해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소비자와 기업에 대해 따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사하는 등 방법을 다양하게 할 필요도 있다. 물론 그래도 기대 인플레이션의 근본적 한계에 대해선 분명하게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지만 말이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우선 금리와 소비·투자의 관계를 보자. 금리가 높다면 소비자들은 당장의 소비를 참고 저축을 했다가 나중에 소비를 할 것이다.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금리가 높으면 생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은행에 맡겨놓고 높은 이자를 받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결국 지금의 소비와 투자를 결정하는데 금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금리는 실질금리라야 한다. 본래 이자는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가치로 따지면 지급된 금액에 못 미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연 5%의 이자로 100만원을 예금해 놓았는데 물가가 3%나 올랐다면 실제로 이자는 2% 밖에 안 된다. 1년 전에 100만원을 주고 살 수 있었던 물건을 이제는 103만원을 주고 사야 돼 105만원을 받더라도 같은 물건을 사고 남는 것은 2만원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즉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와 생산자는 소비와 투자를 지금 시점에서 결정해야 한다. 1년 후에 실현된 물가상승률을 가지고 계산한 실질금리를 보고,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가서 소비와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소비와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명목금리에서 1년 후에 예상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뺀 실질금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매우 중요한 개념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물가에 대한 예상이 사람마다 다르다는데 있다. 따라서 실질금리는 객관적인 수준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경제정책 당국에서는 그나마 큰 표본을 뽑아 설문조사를 함으로써 기대 인플레이션을 얼추 제시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 매월 소비자동향조사를 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사 발표한다. 그런데 10년 만에 이 조사방법을 수정하려고 한다. 일각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갖는 심리적 효과 때문에 당국이 손을 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기왕 수정작업을 한다면 보다 객관적 기준에 근거해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소비자와 기업에 대해 따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사하는 등 방법을 다양하게 할 필요도 있다. 물론 그래도 기대 인플레이션의 근본적 한계에 대해선 분명하게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지만 말이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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