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여장부', 숙명여대 '친언니', 성신여대 '어머니'
서울여대 총장은 '4선 연임' 도전
'여대' 특수성 벗어나 "우리만의 이미지 찾자"

서울시내 주요 여자대학의 여자 총장들이 '대학 이미지' 전쟁에 합류했다.

16일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각종 여자대학들이 '여대' 특수성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대학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여대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남녀공학 대학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내 상위권 여대 여총장들의 '이미지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화여대 '여장부' 총장

이화여대 김선욱 총장(사진 왼쪽)은 '여장부' 이미지로 재학생들을 이끌고 있다. 학교 내부에서도 김 총장에 관해 "부드럽지만 추진력과 카리스마가 남자 총장 이상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취미는 산행(山行).

김 총장은 이화여대 법학과에 수석입학한 뒤 3학년 때인 1973년 총학생회장을 맡아 유신 반대 시위를 이끌기도 했다. 당시의 우직한 리더십이 이화여대 총장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총장의 패션 역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주로 무채색 바지 정장을 즐겨입는다.

2010년 취임한 이래 김 총장이 유독 신경쓴 분야는 '과학'이다. 여대 유일의 공대 보유 대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화여대의 핵심 비전으로 생명과학 분야, 신재생에너지·환경분야, 나노 화학 분야 등 5개 분야에서 세계 50위권으로 도약하는 것을 내세웠다.

추진력도 뛰어나다. 지난달에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 서부센터를 이화여대에 설치하기로 협약했고 세계적인 다국적 종합화학기업인 솔베이와 산학협력을 위한 연구센터를 유치했다.

◆숙명여대 '친언니' 총장

숙명여대 한영실 총장(왼쪽 두번째)은 지난달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재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간식을 나눠줬다. 앞치마를 두르고 학생들에게 주먹밥을 먹여주기도 했다.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한 자신의 특기를 살린 행사였다.

한 총장은 재학생들 사이에서 '친언니'같은 총장으로 통한다. 그의 화려하지만 단정한 패션과 친근한 입담은 교내에서도 유명하다. 총장이 되기 전 건강 정보 TV프로그램 '비타민'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스타 교수' 출신이기도 하다.

그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이 '농사론'이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기다리며 품을 들이면 싹이 돋아 튼실해지고 해가 바뀌어도 싹이 올라오는 것처럼 교육도 묵묵히 근본에 충실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총장은 '기본 소양'과 '인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교양과목을 손질해 문학·역사·철학을 아우르는 과목을 만들고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찾게 하는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숙명여대 재학생들은 '인문학 독서토론 등의 필수교양 수업을 이수해야만 졸업을 할 수 있다.

◆성신여대 '어머니' 총장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세번째)은 학교 역사상 첫 연임 총장이다. 원동력은 '치맛바람'에 있다. 심 총장은 "우리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면 깐깐하고 고집스러운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올해 신입생 학부모 초청 행사에서 "학생들에게 맞는 제도인지, 도움이 되는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어머니 같은 총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체구는 작지만 강단이 있다. 심 총장은 학교 내부에서 '교육계의 잔다르크' '소통 경영의 달인' 으로 불릴 정도다. 지난해에만 두 개의 '큰 일'을 해냈다.

서울 소재 대학으로는 최초로 서울 지역(도봉구 미아동)에 ‘운정그린 캠퍼스’라는 제2캠퍼스를 만들었다. 이로써 성신여대는 서울에 제1, 제2캠퍼스를 동시에 둔 유일한 대학이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숙명여대에 이서 '제2호 여자대학 학군단'도 유치했다. 이번 유치를 위해 심 총장은 안보학을 개설하고 안보체험 행사, 사단 병영체험 행사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네번째)도 가세했다. 이 총장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내년에 4선 연임 도전에 나설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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