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5일 오전 11시29분 보도



국내 1위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가 창립 71년 만에 기업구조 재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이하 한타월드와이드)’와 타이어사업을 담당하는 ‘한국타이어’로 분할하기로 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표면적인 목적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매출의 97%가 타이어사업에서 발생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자사업을 따로 떼어내 신규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도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타이어사업과 비(非)타이어 사업을 나눠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투자사업 총괄 한타월드와이드에 주목

한국타이어는 1941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타이어 생산업체다. 국내외 5개 공장, 연 8700만본(타이어 수 단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위, 세계 7위를 기록했다.

한국타이어에도 고민은 있다. 매출 구조가 타이어사업에만 집중돼 있어 타이어시장 경기에 따라 수익성이 왔다갔다한다는 점이다. 중장기 목표인 ‘자동차 부품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비타이어·투자사업 육성을 위한 그룹의 인적분할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분할 재상장을 위한 주권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존속회사(한타월드와이드)와 신설회사(한국타이어)를 0.2 대 0.8의 비율로 분할한다는 게 핵심이다.

비타이어사업의 핵심에는 한타월드와이드가 자리하고 있다. 한타월드와이드는 아트라스BX(31.13%), 엠프론티어(29.99%), 한국타이어(4.6%) 등 3개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출범할 예정이다. 타이어사업이 주력인 한국타이어는 한양타이어판매, 대화산기, MKT홀딩스 등과 10여개 해외법인을 갖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타월드와이드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으로 축전지 제조업체인 아트라스BX가 부각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사업이 주력인 한타월드와이드가 아트라스BX와 같은 계열사를 통해 앞으로 외형 확장 및 인수·합병(M&A)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사전 작업?

지주회사로 전환한 상당수 회사들이 그랬듯이 한국타이어도 후계 승계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76세인 조양래 회장이 조만간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측해 왔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의 지분 15.99%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 조현식 사장과 이명박 대통령 사위인 차남 조현범 사장은 각각 5.79%와 7.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장녀 조희경 씨와 차녀 조희원 씨의 지분율도 각각 2.72%와 3.57%에 이른다. 오너 일가의 지분은 총 35.17%다.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되면 오너 일가는 한타월드와이드 및 한국타이어 지분을 똑같이 보유(조회장 15.99%, 자녀 4명 19.18%)하게 된다. 이후 오너 일가는 공개매수에 참여, 한국타이어 지분을 지주회사에 넘기고 그 대가로 한타월드와이드의 지분을 받을 전망이다. 이런 ‘지분 스와프’를 통해 ‘오너일가→한타월드와이드→자회사(한국타이어, 아트라스BX, 엠프론티어)→손자회사(대화산기, 한양타이어판매 등)’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국타이어가 타이어-비타이어 사업으로 분할되는 만큼 경영권 승계 또한 두 사업을 기반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분간 비타이어사업을 육성하면서 그룹 전체의 외형을 키운 뒤 경영권 승계에 대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동혁 기자 otto8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