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개전투로 삼성ㆍLG 못이겨"…소니ㆍ파나소닉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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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TV 격렬한 한일戰 예고
전자 라이벌 자존심 버리고 日주력사업 '첫 제휴' 타진
전자 라이벌 자존심 버리고 日주력사업 '첫 제휴' 타진
일본의 전자 라이벌인 소니와 파나소닉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패널 생산을 위해 처음으로 제휴에 나선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자존심을 버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과 LG는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어 짧은 시간에 쫓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차세대 OLED TV를 둘러싸고 한·일 전자업체 간 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소니-파나소닉 동맹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와 파나소닉이 OLED 사업에서 제휴하기 위해 교섭하고 있다”며 “양사가 제휴를 통해 OLED 대형 패널의 양산 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라고 15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제휴가 성사되면 격렬히 경쟁해온 소니와 파나소닉이 주력사업에서 손을 잡는 첫 사례”라며 “삼성, LG전자 등 한국 기업에 TV 시장을 빼앗겨 고전 중인 일본 전자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제휴에 나선 것은 OLED TV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55인치 OLED TV 양산품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하반기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도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월드IT쇼’에 55인치 OLED TV 양산품을 내놔 대통령상을 받았다.
삼성과 LG가 기술 유출 논란까지 벌이며 OLED TV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일본 업체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소니가 삼성으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는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지난달 파나소닉은 일본을 방문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제휴를 타진했으나 최 부회장은 “OLED 협력은 힘들다”고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OLED는 LCD보다 선명한 화질과 빠른 응답속도, 20% 수준인 낮은 소비전력 등을 갖춰 향후 LCD를 대체해 디스플레이와 TV 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OLED TV 시장이 올해 11만대에서 2015년 647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LED 한·일 전쟁의 역사
1990년대 말 산요 파이어니어 등 일본 전자업계는 OLED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나 유기물을 기판에 고정시키는 증착기술, LCD와 다른 회로설계, 발광물질의 수명 등을 해결하지 못해 양산에 실패했다.
2000년 삼성이 일본 NEC와 합작으로 삼성NEC모바일디스플레이를 설립하자 “삼성이 OLED를 양산하는 것은 후지산을 물구나무서서 오르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일본 업계는 조롱했다. NEC마저 2004년 철수했고 삼성은 홀로 남았다. NEC 지분과 특허권을 인수해 매년 수천억원을 쏟아부었고 2007년 9월 세계 최초로 휴대폰용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OLED는 삼성 독무대가 됐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세계 OLED 시장의 97%를 점유하는 등 4년째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55인치 OLED 패널 개발에 성공해 유일한 삼성의 경쟁자로 부상했다.
삼성과 LG는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소니가 2007년 세계 최초로 11인치 OLED TV를 출시할 정도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파나소닉은 인쇄 기술을 응용해 유기 물질을 패널에 도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기술이 실현되면 삼성 등에 비해 생산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본 업체의 제휴는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자사 기술에 대한 고집으로 주도권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일본 반도체 업체가 ‘삼성전자 타도’를 위해 만들었던 엘피다가 지난 2월 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게 대표적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대만 AUO와 OLED 협력을 논의해 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파나소닉과 제휴하려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 업체에 밀려 워낙 위기감이 큰 데다 재무적으로도 어려워 이번엔 진심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