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당권파에 주눅든 '공중부양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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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지식사회부 기자 lizi@hankyung.com
지난 14일 오후 6시30분, 통합진보당 당권파 소속 당원인 박영재 씨(43)가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직후 기자는 그가 실려간 한강성심병원으로 달려갔다. 박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한편으로, 그가 생명까지 던져 지키려고 한 ‘가치’가 얼마나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불과 이틀 전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들이 보여준 극심한 폭력사태와 겹쳐졌기 때문이다.
이날 분신 소식이 전해지자 김선동 의원과 김재연, 이상규, 김미희 국회의원 당선자 등 당권파 인사들과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이 병원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제일 먼저 병원을 찾은 김선동 의원은 침울한 표정으로 극도로 말을 아꼈다.
분신을 시도한 박씨의 신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파악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모여든 기자들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갈등이 오늘의 비극을 초래한 것 아니냐”고 묻자, 우위영 대변인은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권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분신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 원인이 과도한 당내 갈등, 부정선거 등 당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지금껏 보여온 당권파의 대응 방식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다른 당선자들이나 당 관계자들에게서도 분신에 대해 책임있는 설명이나 사과의 말을 듣기 어려웠다.
이날 분신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명확한 경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변하지 못했다. 기자가 병원을 나서는 강 위원장을 뒤쫓아가 ‘원인과 수습 대책’에 대해 질문을 시도했지만 옆에 있던 평 당원이 “얘기하지 마세요”라며 강 위원장의 답변을 가로막았다. 강 위원장은 무언가 할 말이 있어보였지만 당원들의 기세에 눌린 모습이었다.
그간 원내에서는 ‘공중부양’에다 고함으로 밀리지 않는 ‘기백’을 내세워 온 그였지만, 당권파의 서슬 앞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 분란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명령하듯 말하는 이들이 과연 공당(公黨)의 당원일까. 침묵 속에 침통한 표정으로 하늘을 응시하는 강 위원장의 뒷모습만큼 통합진보당의 미래도 어두워 보였다.
이지훈 지식사회부 기자 lizi@hankyung.com
이날 분신 소식이 전해지자 김선동 의원과 김재연, 이상규, 김미희 국회의원 당선자 등 당권파 인사들과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이 병원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제일 먼저 병원을 찾은 김선동 의원은 침울한 표정으로 극도로 말을 아꼈다.
분신을 시도한 박씨의 신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파악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모여든 기자들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갈등이 오늘의 비극을 초래한 것 아니냐”고 묻자, 우위영 대변인은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권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분신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태 원인이 과도한 당내 갈등, 부정선거 등 당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지금껏 보여온 당권파의 대응 방식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다른 당선자들이나 당 관계자들에게서도 분신에 대해 책임있는 설명이나 사과의 말을 듣기 어려웠다.
이날 분신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명확한 경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변하지 못했다. 기자가 병원을 나서는 강 위원장을 뒤쫓아가 ‘원인과 수습 대책’에 대해 질문을 시도했지만 옆에 있던 평 당원이 “얘기하지 마세요”라며 강 위원장의 답변을 가로막았다. 강 위원장은 무언가 할 말이 있어보였지만 당원들의 기세에 눌린 모습이었다.
그간 원내에서는 ‘공중부양’에다 고함으로 밀리지 않는 ‘기백’을 내세워 온 그였지만, 당권파의 서슬 앞에선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 분란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명령하듯 말하는 이들이 과연 공당(公黨)의 당원일까. 침묵 속에 침통한 표정으로 하늘을 응시하는 강 위원장의 뒷모습만큼 통합진보당의 미래도 어두워 보였다.
이지훈 지식사회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