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코스피지수 1900선이 4개월 만에 무너졌다. 장중 기준으로 지난 1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그리스의 연립정부 구성 실패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킨 탓이다.

이제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수의 진짜 바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1800선이 무너져 1750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이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지수의 바닥을 전망하지 못했다.

따라서 역사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수준이 유일한 매매 대응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수상 1800~1850선이 2009년 이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인 1700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지지선 하향 돌파로 인해 이날 전문가들은 대부분 '패닉' 상태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이날 "현재로선 섣불리 지수의 바닥을 판단하기 어려운 국면이고, 관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양증권과 신영증권도 "단기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바닥 전망은 어렵다"고 전했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 하우스와 한국운용 역시 지수 바닥을 예상하지 못했다.

또 조윤남 대신증권 센터장은 "정확한 지수의 바닥 수준을 진단하기 어렵지만, 1850선 밑에서 분명히 '저가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수 1800 중반대를 바닥으로 제시한 뒤 1870선에서 기술�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이렇게 지수의 바닥을 예상하지 못하면서 역사상 저점 수준이 매매 시 유일한 잣대로 인식되고 있다. 이 경우 지수는 최저 1800~1850선이 가장 저렴한 구간으로 분석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코스피는 이미 밸류에이션 매력이 극대화돼 지지선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펀더멘탈(기초체력) 이외에 큰 악재인 유럽의 정치적 리스크는 일거에 해결될 수 있어 펀더멘탈에 기초한 투자전략 수립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5배(Yield Gap 역시 8.3% 수준으로 역사적 고점 수준에 임계)로 2009년 이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기를 제외하곤 8배 이하를 밑돈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때"라며 "지수상 1800에서 1850 사이는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당시인 1700선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판단으로 적극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글로벌 지역별로 봐도 한국증시는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싼 수준이라는 것. NH농협증권 등에 따르면 브라질 보베스타(PER 9.1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9.2배) 정도만 코스피(8.6배)와 비슷한 수준이고, 인도 센섹스(12.8배), 인도네시아 IDX종합(13.0배), 홍콩 H(14.3배), 일본 닛케이(11.8배), 미국 S&P500(12.6배) 등은 모두 한국보다 더 비싸다.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영국(9.6배), 프랑스(9.2배), 독일(9.4배) 등도 한국과 비슷하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의 밴드는 1850~2250선"이라며 "지수상 1850~1950선이 가장 저렴한 기간"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우선 물가의 안정이 소비여력과 체감경기를 개선시키고 개인 소비도 늘어나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이전과 반대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악의 경우 지수가 175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지만, 유럽과 일본 등 중앙은행의 통화확장 정책에 의한 유동성 효과와 정보기술(IT), 자동차 업황 호조 여건 등을 고려하면 상향 조정될 여지가 높다"며 "지수 1800대 영역은 하반기 증시를 고려할 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