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대표적 신사업 분야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4개 대기업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수익성이 크지 않은 데다 중장기적 계획 아래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만큼 결국엔 강력한 리더십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곳은 LG화학이다. 2010년 국내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 LG화학은 충북 오창과 미국 미시간주 등으로 생산 시설을 확대해가고 있지만 최근 실적은 전 분기에 비해 부진하다. 올 1분기 전지사업은 5624억원의 매출에 1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15.3%, 영업이익은 67.2% 감소했다.

삼성SDI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와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설립하고 지난해 3월부터 울산 공장에서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SB리모티브 역시 지난해 매출 306억원에 17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매출원가가 매출의 2배 가까운 581억원을 차지했고 연구개발비가 1000억원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잇따라 자동차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며 차세대 자동차용 전자부품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전지사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20년께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월부터 충남 서산에 2500억원이 투입되는 7만평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연말까지는 생산시설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벤츠의 전기 스포츠카, 미쓰비시 후소의 하이브리드카 등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냈지만, 아직까지 배터리에서 나오는 매출은 미미한 실정이다.

배터리 사업을 주도해온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서울구치소로 면회온 경영진에 “배터리 사업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사업이니, 당장의 성과에 연연해하지 말고 구성원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자신감을 갖고 미래 준비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삼성, SK 3강 구도에 지난달 초 현대중공업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0억달러 규모였던 배터리 시장이 2020년 3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지만 앞으로 5~6년은 지나야 손익분기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며 “멀리 보고 당분간은 투자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오너들의 의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