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올챙이는 개구리가 된다. 뒷다리가 생기면서 꼬리는 점차 수그러들고 앞다리도 모양새를 갖춘다. 그렇게 해서 물과 뭍을 오가는 이른바 양서류가 된다.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 존재가 된 녀석은 이때부터 이곳저곳 나대며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한다.

어느 날 녀석은 무심코 연꽃이 둥둥 떠 있는 연못 속으로 힘차게 다이빙한다. 순간 녀석의 몸은 잔잔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게 되고 조용히 물속을 유영하던 물고기들은 혼비백산 수초 뒤에 몸을 숨기고 연꽃도 파르르 몸을 떤다. 중생에게 민폐를 끼친 줄도 모르고 개구리는 먹이 사냥에만 몰두한다.

에도 말기의 화가 사카이 호이쓰(酒井抱一·1761~1829)는 바로 개구리가 파문을 일으키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했다. ‘연못의 개구리’는 아름다운 색채와 산뜻한 구성으로 감상자를 매혹하지만 화가의 속내는 한 사람의 무심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경계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바로 하이쿠(17자로 이뤄진 일본의 짧은 시)의 대가 마쓰오 바쇼의 작품이 의도한 경지다. “오래된 연못, 개구리가 물에 뛰어드는 소리.”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