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안경 날아가고…조준호 머리채 잡혀…진보의 '자멸 난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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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중앙위, 10시간 '아수라장'
수적 열세 몰린 당권파, 중앙위 회의 파행 유도
수십명 단상 위로 난입, 조준호 대표 병원 입원…전자회의 놓고도 대립
수적 열세 몰린 당권파, 중앙위 회의 파행 유도
수십명 단상 위로 난입, 조준호 대표 병원 입원…전자회의 놓고도 대립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주먹질과 발길질 등 폭력이 횡행했다. 마침내 대표단이 머리채를 잡히고 폭행당했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오후 2시부터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회의는 시종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회의에 상정된 안건은 △강령 개정안 △당헌 개정안 △당 혁신 결의안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건 등 4가지였다. 이 가운데 4·11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부정이 있었던 만큼 이들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권고한 혁신 결의안과 비상대책위 구성을 놓고 찬성하는 비당권파와 반대하는 당권파가 정면 충돌했다.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민주주의 안 지키려 한다”
이날 당권파는 당초부터 회의를 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당권파 당원들은 아침부터 자리를 잡고 ‘경선 진상조사보고서 폐기’ ‘(경선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 당기위 제소’ 등의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 50여장을 회의장 주변에 걸었다. 이들은 회의가 시작되자 중앙위원들의 신분 확인을 빌미로 회의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지었다.
당권파 중앙위원들은 “유령 중앙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불법으로 중앙위원을 교체했다”고 중앙위원 명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진행을 막았다. 참관인 자격으로 회의를 지켜보던 당권파 당원과 학생들은 ‘불법 중앙위 중단하라’ ‘불법 중앙위 해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회의를 방해했다.
김용신 사무부총장이 “중앙위원 951명은 옛 민주노동당 523명, 국민참여당 285명, 진보신당 탈당파 143명으로 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중앙위원을 각 통합주체에서 자유롭게 선임할 수 있도록 공동대표단에서 확인한 바 있다”며 운영위원 교체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지만 구호는 끊이지 않았다.
중앙위 의장인 심상정 공동대표는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앙위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급기야 오후 9시40분께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심 대표가 당헌 개정안이 통과됐음을 선언하자 당권파 당원 수십명이 순식간에 단상으로 난입해 의장단을 덮쳤다. 이 과정에서 유시민 공동대표의 안경이 날아갔다. 조 대표는 당원들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두들겨 맞았고 옷이 찢겼다. 공동대표단 3명은 모두 단상을 떠나 대기실로 몸을 피했다. 조 대표는 실신해 병원에 입원했다.
단상 앞까지 뛰어나온 한 남성 중앙위원은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으려고 한다. 충분히 해명이 되지 않았는데 넘어가려고 한다”고 의장단을 비판했다. 결국 오후 11시40분께 심 대표는 “더 이상 정상적 회의가 불가능해 무기한 정회를 선포한다”고 한 후 회의장을 떠났다.
○개원까지 버티기…의도적 파행
당권파가 중앙위 회의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나선 것은 수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이다. 중앙위에서 비대위 구성 안건을 의결하지 못하고 회의가 끝내 무산되면 진보당은 사무총장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이 경우 당권파인 장원섭 사무총장 체제로 임시 지도부를 구성하고 전당대회와 19대 개원을 준비한다는 게 당권파의 전략이다. 때문에 당권파가 중앙위 파행을 유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위 파행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비당권파인 심상정·유시민·조준호 공동대표는 13일 전자회의 방식으로 회의를 다시 열었다. 이에 대해 장 사무총장은 “개별적 행위에 불과하므로 별도의 공식 절차가 진행될 때까지 당 시스템의 사용을 허락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진보당 분당(分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