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꼬마 소방관’들이 불을 끄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지난 12일 오전 성남 분당에 위치한 한국잡월드 어린이체험관. 방화복을 입은 5명의 어린이들이 소방호스를 잡고 건물 외벽에 붙은 스크린을 향해 물을 분사했다. 스크린에는 이글거리는 불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스크린이 물 온도를 감지하자 점차 불 영상이 잦아들었다. 아이들은 불이 완전히 꺼지자 소방차(저속 전기차)를 타고 체험관 한 쪽에 위치한 모의 소방서로 철수했다. 경찰관 체험을 하는 아이들이 경광봉을 들고 돌아가는 길 교통정리를 해줬다.

같은 시간 어린이체험관 맞은 편에 있는 청소년체험관에서도 직업체험이 한창이었다. 체험관 중앙에 있는 패션쇼장에서는 3명의 여중생이 모델 체험을 하고 있었다. “패션 모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당당함, 도도함, 자신감이에요. 잘 할 수 있겠죠?” 여중생들은 패션모델 경력이 있는 성인 운영요원의 말을 듣고 런웨이 위에 올라간 뒤 허리에 손을 얹으며 포즈를 취했다.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은 ‘패션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은 다른 여중생 3명이 고른 옷이었다. 패션코디네이터 체험자들은 체험실이 구비한 수백벌의 옷 가운데 자신의 ‘전속 모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뭔지 고르느라 분주했다.

한국잡월드는 고용노동부가 만든 어린이·청소년 직업체험학습관. 보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15일 정식 개관한다. 어린이체험관에서는 4~10세 아이들이 44개 직종을 체험할 수 있다. 11~18세가 대상인 청소년체험관에서는 66개 직종을 경험해볼 수 있다. 하루 이용료는 1인당 2만원가량 된다. 장의성 한국잡월드 이사장은 “눈으로만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며 “그 직업에 대한 정보는 물론 주관적 감상까지 갖게 돼 재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그린에너지연구소’에서 ‘에너지공학기술자’ 체험을 한 양은모 군(18·군산고3)은 “연료전지를 조립했는데 평소에 쉽게 해볼 수 없는 일이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자동차공학기술자’ 체험을 한 김지호 군(17·대전만년고2)은 “자동차 공기역학 실험이 인상깊었다”며 “이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고 전했다. 청소년인 동생을 데리고 시설을 방문한 김상영 씨(24)는 “그 직업에 대해 피상적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직접 모의체험을 해보는 방식이어서 동생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보완해야 할 점도 눈에 띄었다. 청소년체험관 ‘우주센터’에서는 운영요원들 간에 조율이 안 된 견해차가 외부에 노출되는 허점이 드러난 게 대표적 사례. 한 운영요원이 다른 운영요원에게 “아무리 시험운영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항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청소년체험관 ‘소방서’는 신청자들이 봉을 타고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도록 했지만 부상 우려 때문에 이를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이용할 수 없는 시설을 만들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체험실로 신청자가 몰리는 문제도 보완점으로 지적됐다. 이날 오전 11시께 청소년체험관의 인터넷쇼핑몰, 여론조사기관, 사회복지관, 판금공장, 품질시험원 등 10여개 체험실은 이용자가 1명도 없는 상태였다. ‘무역회사’ 체험실은 이용자가 2명 밖에 없어 운영요원들 간의 조정으로 급히 다른 체험자를 구해오기도 했다. 반면 로봇공학연구소, 건축현장 등은 정원을 대부분 채웠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