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한국 경제의 현실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1일 이석채 KT 회장에 이어 제3대 한국경제교육협회장으로 선출된 박병원 은행연합회장(60·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1980년 경제기획원 산하에 설치된 ‘대국민경제홍보기획단’ 설립 멤버다. 그는 “당시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같이 ‘경제교육’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제교육협회장으로서 경제이론을 가르치거나 주의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우리 경제의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지금도 쌀시장을 개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미 개방됐다는 것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쌀시장은 조금씩 개방됐다. 현재는 칼로스 등 미국쌀을 비롯해 중국쌀 일본쌀 등이 다양하게 수입되고 있다. 비관세 장벽을 완전히 없애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이는 개방 여부가 아니라 개방의 조건에 관한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식량주권을 위해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서비스업 투자를 개방하면 마치 외국계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싹쓸이’할 것처럼 여기는 것도 우리 경제의 위치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쟁력 있는 국내 업체들이 있을 뿐 아니라 중국과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어 모든 글로벌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만 집중하지도 않기 때문에 개방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정부가 만능 해결사’라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경제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조업 일자리가 가장 많았던 것은 1991년이며 이후엔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 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처럼 변화하는 경제 현실에 대한 잘못된 주장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경제교육에 초점을 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식의 전환 속도가 더딘 학생·교사들에 대한 경제교육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교육은 개인의 경제적 소양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유지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며 “경제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외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 17회에 합격했다. 경제기획원 경제조사관실과 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을 지냈다. 이후 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고 2008년부터 2009년 1월까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맡았다. 작년 11월부터 은행연합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