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기업 여건 무시한 일률적 정년 연장…고용 부담 늘어 신규채용 감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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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이상 - 35세 미만 임금차 3배
세대간 일자리 갈등 불러
2020년 이후에나 실시해야
55세 이상 - 35세 미만 임금차 3배
세대간 일자리 갈등 불러
2020년 이후에나 실시해야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 등에 따른 고령자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노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노력규정’으로 돼 있는 60세 이상 정년을 ‘의무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 역시 고용연장을 통해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좀 더 오랫동안 남아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경직된 고용규제 아래에서 정년 연장은 임금이 정점에 달한 근로자를 몇 년 더 안고 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상대임금은 35세 미만 근로자의 3배에 이르지만 생산성은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강제화하면 근로자의 실적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기업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매년 5% 이상의 신규 채용을 통해 내부의 노하우와 기술을 젊은층에 선순환시키지 않으면 인력 및 기술 개발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정년연장이 강제적으로 이뤄진다면 고령근로자 고용에 대한 부담과 신규채용 감소로 기업 조직 내부에 심각한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지금도 엄격한 고용규제로 기업의 근로자 퇴출통로는 정년제가 거의 유일한 실정이다. 경영악화, 휴·폐업 등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아니라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근로자라 할지라도 기업은 그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수밖에 없다. 정년연장 법제화는 결국 생산성이 떨어지는 근로자를 인위적으로 기업이 몇 년 더 떠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60세 정년의무화는 기업의 비용부담뿐만 아니라 세대 간 일자리 경쟁과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청년 실업과 세대 간 일자리 갈등에 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54.4%와 취업준비생의 66.4%가 ‘정년 연장과 재고용 등 고용 연장 조치가 채용과 취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취업준비생의 69.1%는 대기업·공공기관 등 ‘괜찮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60세 정년이 의무화돼도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정년법제화 자체가 기업들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법을 지킬 수 있는 기업은 공공기관과 노조가 있는 대기업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근로자 간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또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공기업, 대기업의 일자리는 정년연장 여파로 신규채용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고령층과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다르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중소기업 등 다른 일자리로 이동하면 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이는 현상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다. 청년층이 중소기업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은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의 정년연장 사례를 근거로 들며 우리나라 역시 정년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 등은 연금재정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정년연장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노조 측이 정부의 정년연장 정책을 오히려 강력하게 반대했다. 정년연장 측면만 본다면 현재의 한국적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정년연장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인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한참 진행된 후인 2006년부터 65세까지 단계적인 정년연장을 시행했다. 1998년 정년의무화를 시행하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고령자 고용정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홍보해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다.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할 당시 일본기업의 60세 이상 정년 비율은 93%에 달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 가운데 60세 이상 정년 비율이 22%(2010년 기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시점에서 60세 정년 법제화는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은 1994년 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2018년께 고령사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고령화 정도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이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60세 정년의무화는 2020년 이후에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 장기불황에 직면해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직무급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2005년 기준으로 전체 기업의 61%가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2008년 정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본급 구성요소 가운데 호봉급이 80.8%로 주를 이루고 있다. 직능급이나 직무급은 각각 19.3%, 22.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 기업에 비해 근로자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상승폭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고령자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정년의무화 등 인위적 규제적 정책보다는 노사의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별 특성 및 기업 여건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무조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은 고용연장에 대한 비용부담을 모두 기업에 부담시키겠다는 논리다. 정년 연장의무화에 앞서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전직 지원, 창업 창직 지원 컨설팅 및 고령자 적합 직무개발 등을 통해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좀 더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호성 < 경총 상무 >
△연세대 철학과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이사), 사회정책본부 및 경제조사본부 총괄(상무)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위원회 위원△2004년 산업포장 수상(노사관계)
노동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노력규정’으로 돼 있는 60세 이상 정년을 ‘의무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 역시 고용연장을 통해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좀 더 오랫동안 남아 있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와 경직된 고용규제 아래에서 정년 연장은 임금이 정점에 달한 근로자를 몇 년 더 안고 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상대임금은 35세 미만 근로자의 3배에 이르지만 생산성은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강제화하면 근로자의 실적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높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기업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매년 5% 이상의 신규 채용을 통해 내부의 노하우와 기술을 젊은층에 선순환시키지 않으면 인력 및 기술 개발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정년연장이 강제적으로 이뤄진다면 고령근로자 고용에 대한 부담과 신규채용 감소로 기업 조직 내부에 심각한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지금도 엄격한 고용규제로 기업의 근로자 퇴출통로는 정년제가 거의 유일한 실정이다. 경영악화, 휴·폐업 등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아니라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근로자라 할지라도 기업은 그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수밖에 없다. 정년연장 법제화는 결국 생산성이 떨어지는 근로자를 인위적으로 기업이 몇 년 더 떠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60세 정년의무화는 기업의 비용부담뿐만 아니라 세대 간 일자리 경쟁과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청년 실업과 세대 간 일자리 갈등에 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54.4%와 취업준비생의 66.4%가 ‘정년 연장과 재고용 등 고용 연장 조치가 채용과 취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취업준비생의 69.1%는 대기업·공공기관 등 ‘괜찮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60세 정년이 의무화돼도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계층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정년법제화 자체가 기업들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법을 지킬 수 있는 기업은 공공기관과 노조가 있는 대기업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근로자 간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또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공기업, 대기업의 일자리는 정년연장 여파로 신규채용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고령층과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다르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중소기업 등 다른 일자리로 이동하면 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이는 현상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이다. 청년층이 중소기업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은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의 정년연장 사례를 근거로 들며 우리나라 역시 정년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프랑스, 독일 등은 연금재정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정년연장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노조 측이 정부의 정년연장 정책을 오히려 강력하게 반대했다. 정년연장 측면만 본다면 현재의 한국적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정년연장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인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한참 진행된 후인 2006년부터 65세까지 단계적인 정년연장을 시행했다. 1998년 정년의무화를 시행하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고령자 고용정책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홍보해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다.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할 당시 일본기업의 60세 이상 정년 비율은 93%에 달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 가운데 60세 이상 정년 비율이 22%(2010년 기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시점에서 60세 정년 법제화는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일본은 1994년 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2018년께 고령사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고령화 정도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이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의 60세 정년의무화는 2020년 이후에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 장기불황에 직면해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직무급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2005년 기준으로 전체 기업의 61%가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2008년 정부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본급 구성요소 가운데 호봉급이 80.8%로 주를 이루고 있다. 직능급이나 직무급은 각각 19.3%, 22.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 기업에 비해 근로자의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상승폭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고령자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정년의무화 등 인위적 규제적 정책보다는 노사의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별 특성 및 기업 여건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무조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은 고용연장에 대한 비용부담을 모두 기업에 부담시키겠다는 논리다. 정년 연장의무화에 앞서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전직 지원, 창업 창직 지원 컨설팅 및 고령자 적합 직무개발 등을 통해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좀 더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호성 < 경총 상무 >
△연세대 철학과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이사), 사회정책본부 및 경제조사본부 총괄(상무)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위원회 위원△2004년 산업포장 수상(노사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