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9일 오전 11시41분 보도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사는 타 금융그룹에 비해 독특하다. 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커왔다. 그런 만큼 성장에 따른 위험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성이 컸다고 볼 수 있다.

1971년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범해 하나은행이 됐고, 이후 충청은행(1998년), 보람은행(1999년), 서울은행(2002년), 대한투자증권(2005), 외환은행(2012년)을 잇달아 인수하며 덩치를 급속히 불렸다. 그룹의 연결 총자산 규모는 1991년 1조3000억원에서 2001년 54조4000억원, 2011년 218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자산은 351조원에 달한다. 21년 만에 270배로 성장했다.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금융회사는 대개 어딘가 부실이 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지만 하나금융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탁월한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포진하고 위기를 적절히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하나·외환은행 ‘투 뱅크’ 체제 숙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을 앞으로 5년 동안 분리해 운영하기로 했다. ‘투 뱅크’ 체제는 재무 담당자들에겐 만만치 않은 숙제다. 이를 해결해야 하는 책임자가 강승원 하나금융지주 전무(48)다.

아직 40대로 동안인 강 전무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동양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하며 실전감각을 익혔다. 우리금융지주, 하나대투증권을 거쳐 지난해 1월 하나금융 전체 총괄 CFO로 영입됐다. 서울대 불문과 출신으로 미국 뉴욕주립대(1989년)와 스탠퍼드대(2000년)에서 두 차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해외에 발이 넓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비은행 부문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CFO를 맡고 있는 김병호 부행장(51)은 199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통한다. 하나은행 국제센터지점장, 뉴욕지점장, 하나금융지주설립기획단 팀장을 지내 글로벌 감각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미국 UC버클리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M&A로 인재풀 확대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인재 풀도 크게 넓히는 효과를 얻었다. 그중 한 사람이 곽철승 외환은행 기획관리그룹장(53)이다. 작년 재무기획부장을 담당했던 그는 올해 그룹장으로 발탁됐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행정대학원을 나와 외환은행에만 24년째 몸담고 있다. 그는 특히 외화자금부 경영전략부 재무기획부 등 자금·재무 관련 부서에서 잔뼈가 굵었다. 꼼꼼하고 치밀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비은행계열 자회사들의 인재 풀도 탄탄하다. 하나대투증권의 CFO인 조현준 경영관리총괄본부장(전무·55)은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해 증권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동료들은 그를 ‘오리지널 대투맨’이라고 부른다. 부하 직원들과 스킨십이 끈끈하고 소통이 잘되는 임원으로 꼽힌다.

고형석 하나SK카드 경영지원본부장(50)은 1988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가 1991년 하나은행에 합병된 보람은행으로 옮겨 하나금융에 둥지를 틀었다. 자타 공인 리스크 전문가다. 작년 CFO를 맡으며 하나SK카드가 분사한 뒤 2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258억원)하게 만드는 성과를 올렸다.

◆다양한 배경 강점

하나금융에는 외국인 CFO도 있다. 닉 블랜치플라워 하나HSBC생명 부사장(38)은 영국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영국계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일하다 두바이의 AIG 중동법인과 HSBC 베트남법인의 CFO를 거쳐 2009년 하나HSBC생명에 영입됐다. 늘 “한국 문화가 좋다”고 하던 그는 올해 초 아예 한국 여성과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도희 하나캐피탈 관리총괄 부사장(57)은 하나은행 출신이다. 지점장과 영업본부장을 거쳐 2009년 하나캐피탈의 영업총괄, 지난해부터 관리총괄을 맡고 있다. 영업 현장을 잘 아는 재무관리 임원으로 손꼽힌다. 이창희 하나다올신탁 부사장(52)은 1986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임원부속실장을 맡았을 정도로 업무처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부동산금융팀장을 지냈고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졸업한 부동산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