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최근 증권과 화학업종의 대차 잔액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빌린 주식은 주로 공매도로 활용되는 만큼 이들 업종의 주가 하락을 내다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공매도가 집중된 LG화학 LG전자 OCI 등은 ‘쇼트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주식 매수)’이 시작되면 거꾸로 힘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이 내릴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대차) 미리 파는 것을 말한다.

동양증권이 최근 5일간(9일 기준) 업종별 대차 잔액 증가폭을 분석한 결과, 증권업종이 시가총액 대비 2.79% 늘어나 1위에 올랐다. 삼성증권의 최근 5일간 대차 잔액은 시총의 6.98%에 달했고 우리투자증권(5.84%)도 외국인이 주식을 활발하게 빌렸다.

김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10일 “증권업종의 대차 잔액 급증은 이례적인 것인 만큼 공매도로 이어질 경우 주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며 “코스피지수와 상관도가 높은 증권주 특성상 외국인이 지수 하락에 베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화학업종의 대차 잔액 증가폭은 시총 대비 1.55%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한화케미칼(6.42%)과 효성(4.65%) LG화학(2.01%) 등이 대차 잔액 증가 상위에 올랐다.

공매도는 최근 다시 증가세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000선을 돌파했던 지난 2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3255억원으로 연중 최고치였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이 상승 추세에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다만 시총 대비 공매도 비중은 1% 아래로 낮아 지수에 대한 부담은 작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5일간 공매도가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은 OCI로 시총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이 0.63% 늘었다. 대한제강 동국제강 LG전자 한진해운 등도 공매도가 활발했다.

올 들어 공매도가 이어졌던 OCI와 LG전자 LG화학은 상승으로 방향을 틀 경우 주가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공매도했던 종목이 예상과 달리 오르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급히 주식을 되사야 하기 때문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