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학 성대 교수 "스펙 골몰하는 대학생들, 그릇 크기부터 늘려라"
“요즘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만 골몰하는 것 같아요. 대학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인성을 함양하는 곳이 돼야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공동 제정한 ‘제1회 대한민국 스승상’에서 대학부문상을 받은 이명학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56·사진)는 요즘 대학과 대학생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 덕택에 받은 상”이라며 공을 제자들에게 돌린 그는 “그릇에 뭔가를 자꾸 담으려고만 하지 말고, 그릇을 크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11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받게 될 상금 1000만원 전액을 학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사범대 학장을 지내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백일장’을 정착시키고, 새터민 대학생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멘토링을 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교수는 다문화가정자녀 멘토링제도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이 제도는 사범대 학생들이 인터넷 화상채팅을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를 만나 서로 간 이해를 넓히고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세상과 소통의 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주저하지 않는 이 교수의 강의는 명품으로 이름나 있다. ‘한자와 한문의 세계’라는 강의는 성균관대에서 선정한 6대 명품강의에 선정됐다. 한 방송사가 지난 3월에 선정한 대학우수강좌 베스트5에 뽑히기도 했다.

이 교수의 강의가 인기를 끄는 건 고루할 것이라는 한문수업에 대한 편견을 깼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을 가장 새로운 방식으로 가르치는 게 그의 강의방법이다. 사자성어 퍼즐 맞히기에다 녹음한 노인들의 시조를 들려주며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유도했다. 수강생들에게 단체 쪽지도 자주 보낸다. 소외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시도 보내고, 그날의 잠언을 보낸다.

그의 강의는 세대를 뛰어넘는 수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균관대 의상학과 82학번이었던 한 졸업생 어머니는 이 교수의 강의에 반해 자신의 딸 안혜성 씨(23·글로벌리더학부4)에게 이 교수의 강의를 꼭 들으라고 추천한 사례도 있었다. 안씨도 이 교수의 팬이 됐다. 모녀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 교수는 “선생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안씨는 지금도 수시로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을 통해 이 교수에게 고민 상담을 한다.

이 교수는 지금껏 수업 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학생들의 중간고사 시험에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서 돌려준다. 그게 바로 선생이 지켜야 할 예의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