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이후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유럽 정국이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안정이 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를 11개월째 같은 수준에서 동결한 배경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의 관계는 과거보다 더 안정되거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전체적인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안정화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그리스의 경우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그리스 등 유럽의 정치 상황이 변화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유럽 은행들의 디레버리징(유동성 축소)이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 총재는 "유럽 은행 디레버리징은 과거에는 영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며 "물론 (디레버리징에 따라) 다른 지역, 국가의 경제가 나빠지면 간접적인 영향은 받겠지만, 현재로 봐서 국내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새로 꾸려진 금통위에 대해서는 이전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금통위는 앞서 기존 6명의 위원 중 4명이 임기가 만료되고 공석이었던 1명이 충원되면서 2년 만에 '7인 체제'가 꾸려졌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체제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정례회의라는 점에서 관심도가 높았다. 그러나 성장회복세가 주춤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달 경기 판단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 역시 지난달과 비슷했다.

김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로 회의 중 인하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새로 다섯 명의 위원들이 교체됐지만 의사 결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 상승 압력에 따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주의깊게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대 후반에 머물러 있는 등 물가에 대한 시각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의사결정은 대외적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세심하게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3% 후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1월 4.1%, 2월 4.0%, 3월 3.9%, 4월 3.8%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지난달 국내 경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대체로 직전월과 비슷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국내 경제에 대해 "수출이 대체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면서 성장세 회복이 주춤했다"며 "고용 면에서는 민감부문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국내 경제의 성장률은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 등으로 하방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나 점차 장기추세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내리 11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