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은 하나금융지주에 매각되기 전까지 영업활동에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매각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신용위험을 가급적 피하고 임직원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외환은행의 대출 성장세는 다른 은행들보다 부진한 행보를 보였고, 보유 유가증권 매각 등을 제외할 경우 이익 성장이 뚜렷해 보이지 않았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러한 소극적인 성장 전략으로 부실이 상대적으로 덜 발생하기도 했다.


○1분기 실적 선방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첫 번째인 1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외환은행은 313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상당히 큰 규모의 실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 주식 매각 이익 1331억원을 제외한 실질적인 순이익 규모는 1808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외환은행 기본 체력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2000억원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순이자이익이 감소했다. 순이자마진이 하락했고 자산 성장도 미진했기 때문이다. 비이자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하이닉스 매각익을 제외할 경우 그 폭은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수수료순이익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판매관리비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합병 관련 성과급 지급이 작년 말에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의 경비가 집행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충당금전입액은 전분기 대비 증가했는데 지난해 4분기 충당금전입액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환은행의 자산건전성은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자산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점이 충당금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부진했던 자산 증가 노력 필요

자산 성장에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위험 회피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자산 증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적극적인 자산 증가시 위험 자산이 늘어날 수 있고, 위험 자산이 늘어날 경우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 부실 증가는 자기자본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자기자본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면 향후 증자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고 증자 부담은 상당 부분 대주주의 몫이 될 것이다. 이런 대주주의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자산 증가가 부진했었다고 할 수 있다.

은행의 수익 원천은 자산이다. 자산이 불어나야 수익 발생의 원천이 늘어나고, 이익 증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부진했던 자산 증가 노력을 새롭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새로운 출발이라는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환부문 강점 유지

수수료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어 크게 우려할 만한 요소는 없다. 외환시장에서의 외환은행 위상은 여전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2012년 1분기 현재 외환은행의 외환시장 점유율은 51%에 달하고 있고 수출 시장과 수입 시장에서 공히 3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1년 전인 2011년 1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2011년 1분기 외환업무 점유율은 50.7%, 수출 및 수입 시장 점유율은 각각 30.7%와 28.9%였다.

이러한 시장 지배력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해외 영업 네트워크에서 상대적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현지법인과 해외지점을 보유하고 있어 수출입 결제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 점들이 외국환 업무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안정적인 수수료수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대부분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을 늘리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수료 수입의 증가는 상품 경쟁력에서 비롯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은행들이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외환은행은 외환업무 경쟁력을 통해 수수료 수입기반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순이자마진과 자산건전성 관리 필요

수익 창출 기반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순이자마진이나 자산건전성에 대한 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외환은행은 새로운 지배구조 하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고, 두 은행 체제에서 그룹 내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자산 증가 노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선택하기 쉬운 방법은 대출 금리 인하나 신용도 조정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순이자마진이 하락할 수 있고 자산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는 선택이다. 따라서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확보되는 자산 증가가 필요하다.

결국 최근까지 외환은행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영업력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환업무에서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외환업무 관련 고객을 활용한 성장이나 수익창출 기반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늘어날 수도 있는 판관비나 충당금 비용 등에 대한 적절한 통제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구용욱 <KDB대우증권 기업분석2부 부장 yonguk.ku@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