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950선’을 힘겹게 지켜냈다. 9일 증시에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악재 등으로 장중 1950선을 내줬던 코스피지수는 0.85%(16.72포인트) 하락한 1950.29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쏟아냈지만 개인들이 이를 받아내며 만만찮은 체력을 가졌음을 보여줬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를 대표하는 3명의 전문가들은 유럽 변수 재부각과 미국의 불안한 경제지표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1900까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후 글로벌 유동성의 추가 공급을 계기로 반등을 모색, 하반기에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1900까지 조정 가능성

3명의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하단을 조금씩 낮춰가는 조정장세가 오는 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팔자로 돌아선 외국인이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프로그램 매매를 통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거세진다면 2분기 내 1900선이 위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1900선까지 추가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들어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된 미국 실물경기 둔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유로존의 유동성 위축도 은행들의 자본 확충이 완료되는 6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2분기 실적을 확인하는 6월 중순까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선 코스피지수 1900선이 무너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유동성 공급이 반등 타이밍

전문가들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등 글로벌 추가 유동성 공급이 반등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센터장과 박 대표는 6월 중순께를 드라마틱한 반전 타이밍으로 꼽았다. 조 센터장은 “6월 개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오퍼레이션트위스트 종료에 따른 추가 경기부양책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고, 자본 확충을 완료한 유럽 상업은행들도 유동성을 풀어 실물경기 회복을 지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 역시 3분기로 예정된 정권 교체를 앞두고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낼 들 것으로 예상했다. 송 본부장은 “미국의 QE3 등에 기대를 품고 있지만 이는 3분기에나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4분기나 돼야 코스피지수가 고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조 센터장은 3분기 중 2300선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차장세’ 이후의 주도주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쏠림현상’은 해소되겠지만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도주 후보군은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다.

송 본부장은 “시가총액 규모나 연초 실적 전망 등에서 화학 철강 조선 건설 은행 등의 업종이 차기 주도주로 거론됐다”며 “하지만 1분기 유가 급등과 글로벌 경제 상황 변화 등으로 당분간 이들 업종에서 시장을 주도할 만한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전차’ 쏠림현상이 점차 해소되는 국면에서 실적을 입증한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조 센터장은 3분기에 펼쳐지는 강세장은 1분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보강되면 정보기술(IT) 자동차뿐 아니라 화학 기계 등 대부분의 업종이 돌아가면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박 대표는 ‘전차 대세론’을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자동차는 빨리 올라 조정을 받고 있지만 올해 예상 실적을 감안하면 상승 여력은 아직 많이 남았다”고 진단했다. 반면 연초 주도주 후보군으로 꼽혔던 철강 조선 건설 석유화학 등은 신흥국 경제 상황과 맞물려 ‘턴어라운드’ 기미를 찾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손성태/김동윤/임근호 기자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