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P라도 낮게…" 자금조달 방식도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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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리모델링 중 - (3) 선제적 사업 구조조정
이랜드, 위안화 채권 첫 발행…CJ, 年 1.74%로 美 면세채권
이랜드, 위안화 채권 첫 발행…CJ, 年 1.74%로 美 면세채권
▷ 마켓인사이트 5월9일 오전 11시43분 보도
국내 대기업들의 차입 구조가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을 활용한 외화조달 비중이 크게 늘고 보유자산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올 들어 국내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 표시채권과 미국에서 면세채권을 발행하는가 하면 중도 상환조건이 없는 ‘30년 만기’ 외화표시채권도 처음 등장했다. 올 1분기 국내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발행한 채권은 11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새로운 차입방식 등장
이랜드 상하이 현지법인은 지난 7일 한국기업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년으로 연 5.8% 금리에 5억위안어치를 발행했다. 이를 통해 현지 은행 대출보다 금리를1%포인트 넘게 줄였다.
CJ제일제당도 지난달 미국에서 10년 만기 채권 2억2000만달러어치를 연 1.74%의 초저금리에 조달했다. 한국기업 최초로 ‘지방정부 보증 조달 프로그램’(면세채권)을 활용했다. 면세채권이란 채권 이자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채권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중도상환 조건 없이 만기 30년짜리 초장기 달러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미 장단기 금리차 축소 덕분에 연 6.25%의 낮은 금리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달러자금을 쓸 수 있게 됐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6월 9790억원 규모의 ‘제로금리’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표면·만기 이자율은 0%, 전환가액은 65만원으로 당시 주가에 비해 24%의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은 연간 400억원 이상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다수의 계열사들이 모여 함께 돈을 구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등 5개 두산그룹 계열사는 지난달 각사 채권을 한데 묶은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개별 채권보다 위험분산 효과가 커 투자자 확보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기업별 ‘맞춤형 자금조달’ 활발
기업별 보유자산의 특성과 시장 변화를 활용한 ‘맞춤형 자금조달’도 늘어나는 추세다.
항공과 해상운송업이 주력인 한진그룹은 안정적인 영업 현금흐름을 활용해 미래 운임수입을 앞당겨 쓰는 금융기법을 즐겨쓰고 있다. ‘장래매출채권 유동화’라는 기법이다. 대한항공이 장래매출채권 유동화로 조달한 자금은 작년 말 현재 2조원 수준이다. 1년 만에 두 배 규모로 불어난 액수다.
통신사들은 ‘단말기 할부대금채권’을 활용하고 있다. 개인이나 법인 고객이 휴대폰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발생한 할부대금채권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기고 SPC가 ABS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올 1분기 단말기 할부대금채권 발행액은 2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의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국내 사모펀드(PEF)의 자금동원 여력이 커지면서 이를 활용해 금융비용을 아끼는 사례도 등장했다. SK건설은 올 1월 사전 기업공개(프리IPO) 성격으로 2350억원어치 CB를 PEF에 팔아 이자비용을 절감했다.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다수의 PEF와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재무제표상 차입금을 늘리지 않고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 이후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을 활용해 소액의 이자를 아끼는 자린고비식 조달로 주목받고 있다. 작년 말 현재 CP 발행잔액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꾸준한 수요가 보장된 초우량 CP 발행사가 아니면 흉내내기 어려운 방법이다.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기업의 조달비용 절감 전략이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우량기업들의 재무역량 강화에 힘입어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자비용 절감은 손익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재무안정성에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국내 대기업들의 차입 구조가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을 활용한 외화조달 비중이 크게 늘고 보유자산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올 들어 국내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 표시채권과 미국에서 면세채권을 발행하는가 하면 중도 상환조건이 없는 ‘30년 만기’ 외화표시채권도 처음 등장했다. 올 1분기 국내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발행한 채권은 11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새로운 차입방식 등장
이랜드 상하이 현지법인은 지난 7일 한국기업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년으로 연 5.8% 금리에 5억위안어치를 발행했다. 이를 통해 현지 은행 대출보다 금리를1%포인트 넘게 줄였다.
CJ제일제당도 지난달 미국에서 10년 만기 채권 2억2000만달러어치를 연 1.74%의 초저금리에 조달했다. 한국기업 최초로 ‘지방정부 보증 조달 프로그램’(면세채권)을 활용했다. 면세채권이란 채권 이자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채권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중도상환 조건 없이 만기 30년짜리 초장기 달러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미 장단기 금리차 축소 덕분에 연 6.25%의 낮은 금리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달러자금을 쓸 수 있게 됐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6월 9790억원 규모의 ‘제로금리’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표면·만기 이자율은 0%, 전환가액은 65만원으로 당시 주가에 비해 24%의 프리미엄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은 연간 400억원 이상의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다수의 계열사들이 모여 함께 돈을 구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등 5개 두산그룹 계열사는 지난달 각사 채권을 한데 묶은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개별 채권보다 위험분산 효과가 커 투자자 확보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기업별 ‘맞춤형 자금조달’ 활발
기업별 보유자산의 특성과 시장 변화를 활용한 ‘맞춤형 자금조달’도 늘어나는 추세다.
항공과 해상운송업이 주력인 한진그룹은 안정적인 영업 현금흐름을 활용해 미래 운임수입을 앞당겨 쓰는 금융기법을 즐겨쓰고 있다. ‘장래매출채권 유동화’라는 기법이다. 대한항공이 장래매출채권 유동화로 조달한 자금은 작년 말 현재 2조원 수준이다. 1년 만에 두 배 규모로 불어난 액수다.
통신사들은 ‘단말기 할부대금채권’을 활용하고 있다. 개인이나 법인 고객이 휴대폰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매하면서 발생한 할부대금채권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넘기고 SPC가 ABS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올 1분기 단말기 할부대금채권 발행액은 2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의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국내 사모펀드(PEF)의 자금동원 여력이 커지면서 이를 활용해 금융비용을 아끼는 사례도 등장했다. SK건설은 올 1월 사전 기업공개(프리IPO) 성격으로 2350억원어치 CB를 PEF에 팔아 이자비용을 절감했다.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다수의 PEF와 파생상품 계약을 맺어 재무제표상 차입금을 늘리지 않고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 이후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을 활용해 소액의 이자를 아끼는 자린고비식 조달로 주목받고 있다. 작년 말 현재 CP 발행잔액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꾸준한 수요가 보장된 초우량 CP 발행사가 아니면 흉내내기 어려운 방법이다.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기업의 조달비용 절감 전략이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우량기업들의 재무역량 강화에 힘입어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자비용 절감은 손익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재무안정성에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