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우리 국민은 다시 한 번 크게 좌절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한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하는 인사들이 부패혐의로 줄줄이 구속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나라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민중을 받든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문제가 점입가경이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좌우를 막론하고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이 대통령의 측근 문제는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지난 4년여 이 나라의 국정이 흘러온 과정을 보면 지금 이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관하여는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씨의 책임이 작지 않다고 생각된다. 본인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하지만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 정치와 거리를 뒀어야 했다. 측근의 부정이 있은 다음에야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동생이 왕이 되면 궁에서 멀리 떠나 사는 대군들이 한둘이 아니지 않았는가. 동생이 대통령이 됐는데 더 추구할 것이 무엇이라는 말인가. 명예를 앞세우지 못한 처신을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날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만사형통의 문제로 돌리기에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안고 있는 문제가 너무 크다. 최시중 씨나 박영준 씨의 경우는 철저하게 인간적인 친소관계에 따라 사람을 쓰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낳은 최악의 결과일 것이다. 아마도 대통령 측근의 문제는 짐작하건대 최시중, 박영준 씨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박영준 씨가 ‘왕’자를, 최시중 씨가 ‘대군’의 호칭을 달고 산 기간이 그토록 오래였으면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음을 보면 이어서 문제가 되는 인사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문제는 일의 진행을 바라보는 것조차 역겹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는데 정작 반성하고 조치를 취해야만 할 당권파라고 하는 자들은 전면에 나서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당원과 선거인 명부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가 부정의 사례를 들어 부정선거라고 규정하자 공동대표 가운데 한 사람은 이것이 선량한 당원들을 모독한 것이라고 견강부회하고 있다. 이런 몰상식한 주장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3·15 부정선거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 모든 국민이 부정에 가담했다는 의미가 아니지 않은가.

통합진보당의 내분을 보면서 그들이 이토록 위험한 정치집단이었나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소위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라고 하는 ‘경기동부연합’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토양에서는 자랄 수 없는 집단인 것으로 보인다. 비밀주의에 비민주적인 의식구조가 결합돼 도대체 그들이 내부적으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언론은 그들이 김일성어록 등을 학습하는 종북주의자라고 한다. 이들은 대표적인 좌파를 자임하면서 국민의 너그러움에 대해 철저한 배신으로 되갚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 좌파건 우파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인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왜 우리는 세금을 내 급여를 주면서 실망을 사야만 하는가. 왜 우리에게는 권력이 위임받은 것임을 인식하는 정치인이 많지 않다는 말인가. 왜 우리에게는 양식과 양심을 겸비한 우파가 많지 않으며 존경할 만한 좌파는 왜 더욱 적은가. 국민은 왜 5년에 한 번씩 크게 실망을 해야만 하고 스스로로부터 발현하는 권력이 뒤틀려 모욕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용납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왜 우리는 지금 또 다른 혁명을 꿈꾸어야만 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여, 우리에게 자존심을 돌려달라. 우리에게 상식을 돌려달라. 지금 이 땅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게 해달라.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룬 경제적 성과와 민의의 결과를 정녕 자조하게는 하지 말아달라.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까지 말하지는 않겠다. 제발 당신들을 미워하지 않게 해달라. 희망을 말하라고도 않겠다. 당신들 때문에 대한민국을 미워하는 사람이 없게 해달라.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