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할인 얼마나"…日 "근짱은 뭘 써요?"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1번지’가 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이곳 여성복 매장 직원들은 중국인 쇼핑객이 들어오면 ‘백화점답지 않게’ 계산기부터 집어든다. 가격 흥정에 들어갈 채비를 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가격 흥정에 아주 능합니다. 계산기로 정상가와 할인가를 바로 보여주며 판매해야 성공 확률이 높지요.”(윤종호 여성팀 파트리더)

롯데백화점 서비스아카데미는 3개월간 매장 직원 50여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종합 정리한 ‘외국인 고객 세일즈 비법’을 8일 내놨다. 외국인 쇼핑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일본인의 성향을 분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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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디’ 중국인, 쇼핑할 땐 급해

롯데백화점은 중국인 고객의 소비 성향을 ‘체면 소비’로, 일본인은 ‘실속 소비’로 요약했다. 매장 직원들은 중국인에겐 구성품이 많고 선물용으로 적합한 세트상품을 제안하고, 일본인에겐 제품을 직접 써 보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설화수’ 매장의 황선화 매니저는 “중국인 고객 중 단품을 찾는 경우는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세트부터 먼저 보여주면 ‘눈치가 빠르다’며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흔히 중국인의 특성을 ‘만만디(천천히)’라고 생각하지만 쇼핑할 때는 예외다. 단체관광 코스로 백화점에 들르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촉박한 탓이다. ‘EnC’ 매장의 윤교영 씨는 “중국인에겐 제품 장점을 늘어놓기 보다 묻는 말에 신속히 답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안내가 느리다고 생각하면 답답해하며 그냥 가버린다”고 전했다.

◆‘포커페이스’ 일본인, 은근히 깐깐

中 "할인 얼마나"…日 "근짱은 뭘 써요?"
롯데는 또 중국인에겐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산)’임을, 일본인에겐 ‘한류스타가 쓰는 제품’임을 강조하라고 권했다. 중국에서 고소득층인 이들은 ‘한국 제품은 튼튼하고 잘 만든 상품’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화장품·식품 외에 의류·잡화 매장에서도 한국산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롯데의 한 매장에선 이번 춘제(설날)에 우리나라 손톱깎이를 사은품으로 내걸어 중국인 고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반면 일본 쇼핑객에겐 ‘근짱(장근석)이 광고하는 화장품’ 같은 멘트가 큰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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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에겐 할인을, 일본인에겐 사은품을 강조하는 것도 판매의 중요한 노하우로 꼽혔다. 중국인들은 상품을 골라놓고도 “할인해주지 않으면 안 사겠다”며 냉정하게 돌아설 정도로 할인에 민감하다. 반면 일본인들은 무리한 할인을 요구하진 않지만 작은 샘플이나 사은품을 챙겨주면 단골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

중국인 쇼핑객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해 중저가 상품 위주로 권하는 건 ‘초대형 클레임’을 유발할 수 있는 금기 사항이다. 김경은 롯데백화점 서비스아카데미 대리는 “이런 응대법은 해당 국적의 쇼핑객 대부분에게 통하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에 실제 매출 증대로 많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10일 본점을 시작으로 잠실점, 부산 광복점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대형 점포에서 이런 맞춤형 특강을 실시할 예정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