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리모델링’을 서두르고 있다. 애경유화 한국타이어 동부그룹 등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대기업들은 불필요한 계열사를 정리하는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핵심 계열사를 팔아 재무 리스크를 해결하려는 중견그룹도 줄을 잇고 있다.
7일 재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애경유화와 한국타이어가 기업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삼양사와 넥센타이어도 지주회사로 가기 위해 기업 분할 또는 주식 스와프(주식 교환)를 실시했다.
동부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고 한화그룹 등도 지주회사 전환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 뒤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룹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것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면서 대주주 지배력을 대폭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지난 5년간 지주회사로 전환한 17개 그룹 오너들은 핵심 기업에 대한 보유 지분을 평균 32.6%에서 58.7%로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거액의 세금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다. 정부는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2001년부터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 이연(주식 매각 시점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 특례를 적용했지만, 유예기간이 연말에 끝난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정부가 유예기간 연장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어 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한 그룹도 줄을 잇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를 가장 먼저 갖춘 LG그룹은 비주력 계열사 7곳을 줄여 계열사를 64개에서 57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두산그룹도 두산생물자원 SRS코리아 두산DST 한국항공우주 등을 팔아 핵심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삼성그룹도 커피전문점 아티제 매각을 완료한 데 이어 정리해야 할 비주력 사업을 추려내고 있다.
재무 구조조정 차원에서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그룹도 적지 않다. STX그룹은 STX OSV 매각을 마무리한 이후 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 기업공개(IPO)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웅진, 유진, LIG그룹 등도 핵심 계열사나 지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 지주회사
holding company. 자회사를 지배·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를 말한다. 자회사의 지분이나 출자 관리만을 맡는 ‘순수지주회사’와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지주회사’로 나뉜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순수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