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미국)가 미국 PGA투어 웰스파고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친 볼이 사라져버리는 진기한 일이 벌어졌다.

5일(한국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클럽(파72) 10번홀에서 출발한 우즈가 14번째홀인 5번홀(파5·570야드) 페어웨이에서 ‘2온’을 노리고 친 볼이 나무에 맞은 뒤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500여명의 갤러리가 룰에 허용된 시간인 5분 동안 볼을 샅샅이 찾았으나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갤러리들은 “나무의 우측을 맞은 볼이 근처에 떨어지자 5~6명의 갤러리가 뛰어갔는데 볼이 없었다”고 말했다. 우즈의 동반자인 제프 오길비(호주)와 웹 심슨(미국)도 “나무를 맞고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현장에 도착한 마크 러셀 경기위원장은 일부 갤러리들에게 사실을 확인한 뒤 “볼이 나무를 맞고 떨어진 것이 분명하고 누군가 볼을 집어간 증거가 확실하다”며 우즈에게 볼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벌타 없이 드롭을 하고 치도록 했다. 오길비와 심슨도 이를 인정했다.

골프룰 18조1항에서는 ‘볼이 국외자에 의해 움직여진 경우 플레이어에게는 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나 까마귀가 볼을 물고 갔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로스트볼로 처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즈의 볼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경기위원장의 판단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우즈한테 인터뷰를 거부당한 기자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볼을 가져간 사람을 본 사람도 없고 사라진 볼을 본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무벌타 드롭인가’라고 묻자 러셀은 “숲속이나 깊은 구멍 등이 있는 곳이었다면 결과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우즈의 볼은 거의 맨땅에 떨어졌다. 누군가 볼을 집어가지 않고서는 볼이 사라질 수 없는 곳이다. 인터뷰하는 기자실 바닥에 떨어진 것과 같다”고 답했다.

또 “나는 볼을 찾을 수 없으면 로스트볼로 처리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증거가 확실하면 무벌타 드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즈는 로스트볼이 된 상황에서 벌타 없이 칠 수 있는 ‘특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오버파 73타, 합계 이븐파 144타를 쳐 1타차로 프로 데뷔 후 8번째 컷오프의 수모를 당했다.

한편 첫날 공동선두였던 심슨(미국)은 합계 14언더파 202타로 라이언 무어(미국)와 D A 포인츠(미국)에게 1타차 단독선두를 달렸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타 뒤진 공동 4위에 포진해 있다. 노승열(21)은 합계 8언더파로 공동 12위, 배상문(26)은 5타를 잃어 합계 1언더파로 공동 60위로 밀렸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