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삼화·부산저축은행 등 9개 저축은행이 퇴출됐을 때 예금보험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1인당 5000만원 초과 예금 규모는 2278억원에 이르렀다. 3만7200명이 1인당 평균 610만원가량의 초과 예금을 갖고 있었다. 작년 하반기에 토마토·제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구조조정될 때는 2만5200명이 1365억원의 초과 예금(1인당 평균 542만원)을 갖고 있었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은 허공에 날아갔다. ‘피 같은 내 돈 내놓으라’는 예금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6일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솔로몬·미래·한국·한주 4개 저축은행에 들어 있는 1인당 5000만원 초과 예금은 총 121억원(8101명)이다. 솔로몬 58억원, 한국 18억원, 미래 28억원, 한주 17억원 등이다. 1인당 초과 예치액도 평균 149만원으로 종전보다 크게 줄었다.

이들 4개 저축은행에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969억원의 5000만원 초과 예금이 있었다. 넉 달 사이에 848억원(87.5%)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영업정지 직전인 지난 3일과 4일 이틀 동안 5000만원 초과 예금 중 132억원이 인출됐다.


◆임석 회장 인터뷰 후 많이 찾아가

5000만원 초과 예금이 감소한 것은 저축은행 예금자들 사이에 ‘5000만원 초과 예금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16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한 학습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솔로몬 한국 미래 등의 대형 저축은행이 이번에 영업정지당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함께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지난 2일 밤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게 5000만원 이상 예금자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임 회장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경영권도 내놓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솔로몬이 퇴출 대상임을 알리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임 회장이 인터뷰에 나선 것은 5000만원 이상 예금자들에게 인출할 수 있는 시간을 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솔로몬저축은행은 3일과 4일 이틀간 1만여명의 예금자가 3800억원의 예금을 찾아갔다고 이날 집계했다.

◆예금담보대출 이용할 수도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예금을 갖고 있다면 오는 10일 오전 9시부터 7월9일까지 2000만원까지 ‘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다. 5000만원 초과 예금자는 자기 예금의 40%(최대 5000만원)까지 가지급된다.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www.kdic.or.kr) 혹은 거래 저축은행 영업점이나 6개 시중은행(농협·우리·국민·기업·신한·하나은행) 점포 300곳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가지급금을 받고 나서도 돈이 부족하다면 예금담보대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가지급금 포함 4500만원까지 신청 가능하다. 영업정지 저축은행에서 예금 잔액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통장과 신분증을 갖고 6개 시중은행을 찾아가서 대출받으면 된다. 다만 기존 저축은행이 영업을 재개하거나 예금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는 시점까지 몇 달간 대출이자를 해당 은행에 내야 한다.

묶여 있는 예금(만기까지)에 대한 이자율은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갈린다. 저축은행이 그냥 파산하면 예보의 소정이자율(연 2.5%)을 받게 되고, 다른 회사가 저축은행을 사가면(계약 이전) 원래 약속받은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작년에 구조조정된 저축은행 중 계약 이전이 되지 않은 채 파산한 사례는 없었으나 이자를 늦게 받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이날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에는 총 7200명이 224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후순위채는 회사파산시 상환순위가 맨 마지막이어서 투자자들은 투자금 대부분을 날리게 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